美블링컨, 네타냐후 만나 "가자 민간인 피해 너무 커" 지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며 가자 북부로의 난민 귀환을 위한 유엔(국제연합) 조사 합의를 이끌었다. 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대량학살(genocide) 혐의로 제소된 것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난해 10월 7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 민간인 특히 어린이 중심의 희생이 많다며 현지 인도주의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에서 "민간인 피해를 막고, 민간 기반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일부터 튀르키예(터키), 그리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 이후 다섯 번째이고, 중동 순방은 네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계속 연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를 '민간인 피해'로 꼽으며 "(하마스에 억류된) 남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가자지구의 민간인 보호 강화, 분쟁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가자지구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구호품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분쟁 해소 절차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스라엘 공보국(GPO) 제공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유엔 조사단을 가자지구 북부로 파견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조건을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가자 북부로의 주민 소환을 위한 유엔 조사단 파견 허용은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 방문에서 이룬 유일한 구체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지적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ICJ 제소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파괴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이스라엘을 대량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 인도적 위기 해소, 민간인 보호 등에 힘쓰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ICJ 제소는 이러한 중요한 노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게다가 집단학살 혐의는 근거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 후티(예멘 반군)와 이란의 지지를 받는 세력들까지 이스라엘 전멸과 유대인 대량 학살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단계적 전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의 지난해 10월 7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조건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 근본적인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