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늘어날라"…1조 몰린 '주담대 환승' 한도 확대 신중한 이유

금융위원회

나흘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에 1조원 이상이 몰리는 등 인기몰이중이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새로 끌어올 수 있는 대환 한도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기간 갚아나가는 주담대 특성상 수요가 초기에만 반짝 몰릴 수 있어서다. 또 섣불리 한도를 풀었다가 가계부채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5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비대면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흘간 5657명이 1조307억원 규모로 갈아타기를 신청했다. 단순히 차주가 기존에 보유한 주담대와 금리 비교를 한 고객은 9만6000명에 달하며 조건을 확인 후 신규 대출 신청 단계를 진행중인 차주만 3만8000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일시에 고객이 몰리자 일부 은행에서는 일 한도가 소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예상보다 높은 흥행 열기에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당황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현재 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낮지 않아 당장은 갈아타기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 주담대 금리 평균은 2020년 1분기 2.5%, 2022년 1분기 3.86%, 2023년 3분기 6.88%로 점점 높아졌다. 또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으면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내야 해 대출 갈아타기의 실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경쟁으로 대환대출용 주담대가 금리가 3%대로 낮아 갈아타기 수요가 초기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당장 은행별 비대면 주담대 대환 한도를 늘리는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한도는 유지하면서 월 한도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다. 은행별로 취급할 수 있는 연간 대환 한도는 각 은행이 최근 3개년간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평균 수준인데 하한 2000억원, 상한 2조원이다. 금융당국은 별도로 은행에 이달 취급 한도를 부여했는데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대환 수요가 서비스 초기에만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더불어 대환 신청을 완료한 차주 중에서도 일부는 최종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아직 대출 심사가 완료돼 신규 대출 약정까지 체결한 차주는 83명(162억원)뿐이고 최종 갈아타기까지 완료한 차주는 16명(36억원)에 불과하다.


섣불리 한도를 풀었다가 가계부채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주담대를 대환하면 만기가 길어지는 효과가 발생하고 금리가 낮아진다. 연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을 일정 비율로 규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여력이 있는 차주들이 추가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고객을 붙잡으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신규 대출 금리 인하까지 옮겨갈 수 있다고도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의 대출 이동 추이를 살펴본 뒤 한도 재산정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