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온라인 선거전…첫 전쟁터는 '쇼츠' '릴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방하는 쇼츠 영상. /사진=쇼츠 캡처

#직장인 A씨는 최근 유튜브 쇼츠를 즐기다 정치 동영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는 4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예정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방하는 쇼츠가 난데 없이 추천영상에 껴 있었다. A씨는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관련 콘텐츠를 즐기지도 않고 지지정당도 없다"며 "고양이나 댄스 쇼츠만 보다가 갑자기 정치 쇼츠가 튀어나오는 걸 보고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쇼츠,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치판에서도 숏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마가 확정되거나 예상되는 후보들의 홍보영상, 또 이들에 대한 비방 목적의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양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 같은 비방 영상은 추천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광범위한 대중적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 후보들의 홍보를 위한 숏폼 동영상이 최근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피식대학'의 콘셉트를 따라한 숏폼 인터뷰를 릴스에 올려 눈길을 끈다. 유지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중국노래 배경 속에 춤을 추는 '하이디라오 나루토' 챌린지 영상을 쇼츠에 올려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총선 기간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후보들 대부분은 정책 메시지보다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영상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숏폼의 특성상 자세한 정책 설명보다는 단발성 홍보가 더 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정치인 공식 계정으로 올라오는 홍보 영상만큼, 정치 팬덤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올리는 '비방 동영상'도 적지 않다. 직장인 A씨의 사례처럼, 이미 출마가 확정된 후보 등에 대해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식이다.


이는 숏폼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유권자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비교적 호흡이 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게 되면서 이들이 가장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숏폼으로 정치 현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요즘 세대들이 긴 콘텐츠를 싫어하는 추세"라며 "후보자들 입장에서 추세를 창출하는 건 불가능하니 당연히 이 추세를 쫓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최근 시장조사업체 칸타가 진행한 한국 MZ세대의 광고효과 조사에서는 MZ세대가 광고 콘텐츠더라도 기존 유튜브의 가로형보다는 쇼츠나 릴스 같은 세로형에 더 흥미를 느끼는 비율이 17.65%p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칸타는 각각의 호감도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숏폼의 효과는 2022년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59초 공약', 이재명 후보의 '알랴줌(ZOOM)'은 짧고 강렬한 영상을 통해 MZ세대에게 다가갔다. 안철수 후보 역시 숏폼 영상을 통해 윤석열, 이재명 당시 후보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맹공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공식 홍보계정 외에도 개인들이 올리는 정치 콘텐츠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숏폼 이용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릴스를 운영하는 메타는 해당 플랫폼에서 정치 콘텐츠 추천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내용의 개선안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사용자가 구독하는 계정의 게시물에 대해서만 랜덤하게 추천하고, 그 외에는 정치 콘텐츠를 노출하지 않는 식이다. 이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신율 교수는 "개인들이 상대방 후보자를 비방하며 영상을 올리는 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도 "정치인의 팬덤들끼리 소통하는 데나 쓰일 뿐, 정작 후보자들이 표심을 잡아야 할 중도층은 굳이 그런 영상을 찾아보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