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기관서 '인텔·AMD' 칩 퇴출…'화웨이'가 만든 칩 쓴다

/로이터=뉴스1

중국이 정부 기관 컴퓨터에서 미국 인텔·AMD 칩을 퇴출시키고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칩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정보기술(IT) 산업의 완전한 자율통제를 목표로 추진하는 '신촹(信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중 기술경쟁이 중국의 기술자립화로 이어질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이 정부기관 컴퓨터와 서버에서 미국 인텔과 AMD의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와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고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달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이번 조달 정책 변화는 미·중간의 기술 경쟁 격화로 인한 긴장국면에서 중국이 외국 기술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취한 가장 중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SMIC, YMTC 등 중국 IT·반도체기업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렸으며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신규 PC·노트북 및 서버 구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정부 기관의 처리장치와 운영체제 조달 과정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같은 날 중국정보기술안전평가센터(CNITSEC)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처리장치와 운영체제 목록을 발표했는데, 모두 중국 기업이 만든 제품들이었다. 특히 이 목록에 포함된 18개 처리장치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국유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파이티움(Pythium)이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의 조달 정책 개편은 '신촹'으로 알려진 군, 정부 기관의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3월 '정보기술응용혁신 업무위원회'를 설립해서 기술 자립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 트럼프 전 행정부의 중국 통신업체 ZTE 제재, 2020년 화웨이 제재로 기술 자립 움직임이 강화됐다.

중국 정부 주도의 외국산 하드웨어 배제 정책은 중국에서 사업 중인 미국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텔의 최대 시장은 중국으로, 전체 매출 540억 달러 중 27%를 중국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AMD의 매출 230억달러 중 중국 비중은 15%에 달했다.

중국의 처리장치 자립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1960년 중국은 원자폭탄·수소폭탄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을 만들었으며 1970년대에는 'LS772'라는 범용 컴퓨터를 군사부문에서 사용하는 등 프로세서를 자체 생산했다. 하지만, 1983년 이후 국제정세 완화로 군사용 수요가 줄고 개방으로 IBM 컴퓨터가 대량 수입되면서 LS772는 판매 급감으로 생산이 중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