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 스타가 "모디 찍지 마"? 인도 총선도 'AI 악용' 논란

유권자가 약 10억명에 달해 세계 최대규모로 꼽히는 인도 총선이 6주간의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유명 영화배우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내용의 딥페이크(Deepfake, 가짜 사진·영상) 영상이 페이스북과 엑스(X) 등 소셜미디어(SNS)에 급속도로 유포됐다. 일부 정치인은 자발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는 상황까지 뒤섞이면서 인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거 시작 직후인 지난 주말, X와 페이스북에는 인도의 '국민 배우' 아미르 칸과 랜비르 싱이 인터뷰를 통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그간 선거 공약을 못 지켰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야당에 투표하라는 내용의 30~40초짜리 동영상이 각각 유포됐다.


두 배우 모두 해당 영상이 가짜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미르 칸 측 관계자는 "가짜 영상에 경악했다"는 입장을 내놨고, 랜비르 싱 측 소속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조사중이다"고 말했다. 아미르 칸 배우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한 자들에 대해 사칭 및 부정행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본 후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개별 영상은 SNS에서 50만번 이상 조회됐다. 페이스북이 뒤늦게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공식 성명을 냈지만, X에는 여전히 14개 이상의 딥페이크 영상이 남아있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딥페이크 영상을 방관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한 정황도 목격됐다. 실제로 야당의 한 정치인은 배우 랜비르 싱의 '딥페이크' 영상을 X에서 리트윗해 게시했다. 그녀의 게시물을 본 사람들 가운데 2900여명이 재공유했고, 43만번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영상에 나온 남자가 랜비르 싱과 닮아보일 뿐이고, 영상 자체가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는 "인도 선거는 그간 대중집회와 방문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펼쳐졌지만, 넓은 땅덩어리와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배경으로 2019년 총선부터 메신저 '왓츠앱'과 페이스북 등이 선거 캠페인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 전체 인구가 14억명, 유권자가 10억명인데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9억명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 사례도 있다. 후보자가 직접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선거 캠페인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인도 남부 의회 대표인 비자이 바산스 대변인은 정치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딥페이크 영상으로 구현해 2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사망했지만 과거 인기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목소리로 "내 몸은 여러분을 떠났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아들을 지지하는 내용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