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언급한 경희의료원 "급여 미지급, 희망퇴직 아직 고려 안 해"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 산하 경희의료원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경희의료원이 최근 병원장 명의로 발송된 이메일 내용에 대해 "위기 상황 공유와 적극적 대처로 경영개선 및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신"이라며 "급여 미지급과 희망퇴직은 병원 차원에서 검토, 고려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들을 실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의료원장은 의료공백 상황이 이어질 경우를 가정한 결과 수 백억원가량의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며 "당장 올해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라는 게 경희의료원의 설명이다. 경희의료원 산하 7개 병원 중 주요 의료기관인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한 때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가 3월부터 진료 보조(PA) 간호사의 역할 확대와 일부 전임의의 복귀로 진료 기능도 서서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체계 동참을 호소하려던 목적의 글"이라며 "다만 경영 상황이 아직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당직 의사 인건비 지원 등 당장 시급한 분야에 재정을 속히 투입해주지 않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조규홍 장관 주제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건강보험 지원 연장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비상진료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건강보험 지원을 오는 11일부터 한 달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응급·중증 환자 가산 확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 등 매월 약 19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