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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청와대 386의 "미숙"

이백규의氣UP 머니투데이 이백규 부장 |입력 : 2003.07.28 12:57|조회 : 1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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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기자로서 연수을 받을 때였다.

짧은 영어로 경제학 수업을 듣느라 쥐가 난 머리를 풀어주기 위해 코리아 타운에 들렀다. 전봇대에 붉은 매직의 벽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볼세비키여 모여라. 노동운동 탄압하는 한국 김영삼 정부를 규탄한다'. 호기심에 거길 가봤다. 노란머리 검은머리의 현대판 공산주의자들은 한국 최초의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종전 군사정권처럼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전세계 볼세비키는 연대해 '타도하자'고 외쳐댔다. 아직도 이런게 남아 있구나 !

그로부터 5년 전인 89년 신혼여행을 대만으로 갔다. 중소기업 위주의 풀뿌리 경제인 대만.학창시절 대만경제론을 수강하고 우리경제의 살길, 갈길은 그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맨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시 더 9년여전, 군사독재에 몸을 던져 저항하던 암울했던 시절. 후미진 골목의 자취방에서 가리방으로 긁은 유인물을 돌리고 짱돌 던지고 끌려가고...

수북히 먼지 쌓인 책장 속 앨범을 끄내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듯 개인의 과거사를 들쳐본건 얼마전 황당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동무들! 이제 우리들 세상이 왔습니다. 힘을 합합시다. 연대해 새세상을 만듭시다" 이런 e메일이 나돌았다. 발신자는 이른바 386 핵심중 하나인 현직 청와대 고위 공무원과 관련돼있다.

이 메일을 접하곤 우선은 부끄러웠다. 중학생 초등생 두애를 둔 가장으로서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젊을적 꿈을 잊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보너스에 웃고 과외비에 벌벌 떠는 소시민으로 전락한 내가 미웠다. 더구나 언론인은 공인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동무라니, 우리들 세상이라니.우리는 누구이고 새세상은 무엇인가. 우리들끼리만 어떻게 새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혹시 그들은 기존의 것들, 재벌과 관료와 언론, 그리고 이 체제를 앙시앵레짐으로 보고 허물어야할 대상으로 생각하나. 그건 혁명이기 전에 일종의 왕자병인데. 정치권력을 쥐었다고 어찌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은 청와대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부 부처 관료들을 우습게 보고 거들떠 보지도 않고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20여년간 우리 사회의 주변만 맴돌다 중심에 들어서니 문화적 충격을 받았나. 맺혔던 한을 풀었으니 치기를 한번 부린 것이겠지. 운동할 때의 초심은 간직하고 있겠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는 제자리에 서있기만 해도 나라 자체가 워낙 빨리 변해 뒤쳐지게되는 데 혹시 그들이 제자리는커녕 뒷걸음치고 있고 앨리스처럼 뒷걸음질 자체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를 공개하면 보수언론과 수구 정치인들은 매카시적 공격을 가할텐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그러나 비주류들의 돌발적 치기로 치부하기엔 그들 자리는 너무나 막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와대 386 공무원들은 일반 국민 정서의 정규분포에서 벗어났고 386은 물론 운동권의 평균값에서도 멀어져 갔다.

더구나 그들은 이제 운동가도, 정치인도 아닌 공무원 신분였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법과 제도를 수행하는 이른바 공복이고 그래서 노조도 정치활동도 금지돼있을 것이다. 정치를 하려면 청와대를 떠나던지.

혹 공산주의자라면 어떤가. 공산주의의 수장 등소평은 '흑묘백묘'로 중국을 개혁했고 고르비도 페레스트로이가를 주창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김정일도 신의주 특구 시장에 외국인을 임명하지 않았던가. 뭘 어떻게 추구하는가가 문제겠지.

청와대 386들은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걸 할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왜 청와대에 와 있는지, 혹 멸사봉공이 아니라 멸공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퇴물 공산주의자들보다도 못한 사람들로 역사에 기록돼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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