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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이미지]늘 하면서도 항상 어려운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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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를 쳤다. 그나마 집에 일찍 돌아오는 날 밤이면 필자는 모처럼 TV를 켠다. 그런데 채널을 돌리다가 TV 홈쇼핑 방송에서 잠시 멈추었다 하면, 쇼핑할 시간이 거의 없는 필자로서는 영락없이 대형 사고를 친다. 왜 그리 좋은 제품들이 많은지, 그런 제품들이 세상에 있는지도 모르고 보낸 시간이 아쉬울 정도이다.

홈쇼핑 방송에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속속 배어있다. 매력적인 쇼호스트의 외모는 '후광효과'를 발휘하며 신뢰를 주고, 무슨 인증을 받았다거나 상을 받았다고 하면 '권위성'에 설득당한다. 예쁜 연기자가 '이걸 쓰고 좋아졌다'고 하면 '동일시 효과' 때문에 솔깃해지고,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 돕는다고 하면 '공동체 의식'이 발동하여 구매율이 높아진다.

심리학적인 동기유발과 욕구 해소를 겨냥한 그들의 마케팅 전략에 필자는 대개 명중당한다. 집안 곳곳 사 놓고도 후회하거나 한번도 쓰지 않은 제품들을 보면, 뛰어난 영상과 능란한 멘트로 필자를 설득한 그들이 괜스레 미워진다. 물건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필자 자신인데도 말이다.

홈쇼핑으로 구입한 물건들이 꼭 무용한 것만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 놓고 유용하게 쓰는 것들에 대해서는 결코 상대에게 설득당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이 방송을 보고 제대로 판단하여 구매한 것으로 기억하며, 심지어 그 물건을 사기를 잘 했다며 자신의 판단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반면 사 놓고 후회하거나 불만스러운 제품들에 대해서는 상대의 설득기법들 때문에 내가 잘못 판단하여 구매한 것으로 인식하여 속상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속지 말라고 당부까지 한다는 것이다.

설득의 열쇠는 상대에게 유용한 결과를 제공할 유무형의 조건을 제공하되, 상대방을 강요나 논리에 의해 승복시킬 것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동의하게끔 만드는 데 있다. 설득은 이성과 논리의 형식을 갖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 이루어 낼 수 없다. 어떤 논리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감성적인 자극을 받은 후이기 때문이다. 단, 감정에만 의존하면 동정을 구하는 식이 되어 구차해진다.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시면 저는 매우 어려워질 겁니다'하며 상대를 죄의식에 빠뜨리는 자극 역시 건전한 설득이 아니다.

또한 설득은 공격이나 협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설득 기법에서 수없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설득 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벌어질 반대급부를 제시하라는 점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은 몰라도 예를 들어 '이 내용을 수용해주지 않는다면 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제시를 하면 자칫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라는 반문을 듣게 된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나열하면 '말 잘 한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반드시 제대로 된 설득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상대의 설득을 안간힘을 다해 버텨내어야 하기도 하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설득해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득에 대해서는 우선 방어적이다. '나 그 사람에게 설득당했어'라고 기분 좋게 말하지 않는다. 상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고 자존심 상해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상대의 말이 맞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만을 강조한 이상 그것을 양보하는 것은 곧 지는 것으로 여긴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왔을수록 철회나 양보하기도 어렵다. 완전한 '예스'가 아니면 완전한 '노'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상대의 말이 맞는 것 같아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그러한 고집은 싸움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토론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의 하나를 설득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학자가 많다. 다양한 이견을 수평적으로 나누던 문화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힘들게 표현한 자신의 뜻을 굽힌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견 교류가 어렵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설득과 말싸움을 혼동한 적이 많다. 논리를 내세워 잘못을 지적하고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공격해서 나의 말에 결국 할 말을 잃은 상대를 보면 처음에는 이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마음이 나로부터 떠난다면 이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설득을 하든 당하든 그것이 감정적인 언쟁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면 무조건 보류하는 것이 상책이다. 설득을 시도하다 보면 으레 언쟁으로 변질되어 피차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설득이 아닌 언쟁을 지속하면 해당 사안은 물론 사람까지 잃게 된다. 설득과 달리 언쟁에서는 건설적인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얻는 것은 고작 상처와 관계 악화, 서로에 대한 실망뿐이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상대의 비판이나 설득이 나의 주장 내용에 대한 것일 뿐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님을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한다면 조금 더 근사한 모습으로 설득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의 말을 공격하고 반박하면 분위기 상으로는 마치 이기는 것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상대가 내게 반감을 갖게 된다면 결코 아무 것도 설득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다보면, 머리를 써야 이익인 순간들이 적지 않지만, 큰 설득일수록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자신을 전달할 때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자, 이제 나와 인연을 맺는 모든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 여행'을 많이 해보는 것으로 그 어렵다는 설득을 어제보다 쉽게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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