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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그 노조'와 '이 노조'는 다르다?

기아차 차기 노조 후보들의 '혁신위' 반대는 명분없는 '자기부정'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3.24 08:37|조회 : 7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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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기아차 사장이 노조에 20% 임금 인상을 약속하고 안팎에 공표했다고 가정하자.

그 사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사장이 부임해서 노조측에 "경영 형편상 임금인상은 말이 안된다. 전임 사장의 약속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면 노조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장이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진다면, 사장이라는 대표성을 가진 기구의 약속에 어떤 구속력도 없다면, 과연 '노사협상'이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일이 거꾸로 벌어지고 있다. 불과 50일 전 기아차 노조는 전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노조의 취업장사로 불같이 치솟은 국민들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뼈저린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고 겸허하게 '고백성사'를 했다.

또 "회사와 손잡고 생산적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발표한 노사합의문에는 " '혁신위'를 구성하되, 이러한 내용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며 사장과 노조 집행부가 바뀌어도 약속을 지킨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 18대 집행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지난 23일 "혁신위는 노조의 활동과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노조의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은 초법적인 조직"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혁신위 활동을 할 경우 후보들이 힘을 합해 막겠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들의 주장을 풀이하자면 이렇다. " '사과'와 '합의'는 '박홍귀(현 기아차 노조위원장) 집행부'와 경영진 간의 약속일 뿐이며 우리와는 무관하다. 국민들 앞에 사과문과 합의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역시 발표한 그들의 몫일 뿐이다. 그걸 인정하고 수용할 경우 새 노조 집행부가 운신하기 어렵다"

노조의 철저한 자기부정이다. '그 노조'와 '이 노조'가 다르다는 얘긴데, 실제로는 모두 기아차 노조다. 이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조합원 대표기구의 '연속성'을 부정하고 있다. 정당한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과연 6명의 후보들은 지난 달 1일 합의문을 발표할 때, 또 그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반대를 했더라도 그 때 당시에 했어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선거를 눈 앞에 둔 후보들의 기습적인 혁신위 반대 선언은 기회주의적인 태도라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이 쉽지 않다. 여론이 들끓을 때는 고개 숙이고 있다가 차츰 대중의 관심이 잦아드는 듯 하니 말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한 마디로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시민대표까지 중재자로 집어넣었으니, 노조는 과거의 투쟁방식을 고집하기 어렵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당연하다. 노조가 합의문을 발표한 취지는 바로 뼈저린 반성과 자기 희생을 통한 신뢰의 회복에 있었다. 이제와서 혁신위 활동이 안된다고 하는 건 '물러서지 않겠다' '불편한 3자 합의 보다는 훨씬 쉬운 투쟁 방식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6명의 후보들이 입을 맞춰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는 점도 씁쓸하다. 한 명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면 선거 결과를 통해 조합원 일반의 생각을 떠보기라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후보들은 다수 조합원이 '눈앞의 사탕'을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노조의 힘이 세야 한 명이라도 징계를 덜 받을 것이고, 임금협상도 유리해질 것이라는 단순명료한 셈법의 위력을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기 노조의 몇마디 선언으로 순식간에 불투명해져 버린 기아차 혁신위의 미래가 안타깝다. 노조의 취업장사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과 공분을 기둥으로 삼아 힘들게 세워진 신노사모델의 실험실이 이렇게 어이없이 흔들리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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