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76.55 695.72 1131.60
▼6.03 ▲4.91 ▲5.8
-0.29% +0.71% +0.52%
메디슈머 배너 (7/6~)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갑자기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영화속의 성공학]열 일곱번째 글..포스트맨 블루스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5.08.28 10:43|조회 : 35984
폰트크기
기사공유
# 1.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하루 현실에 매여 살아 간다. 물론 그 이유는 각자가 모두 다르다.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고, 동물적인 본능일 수도 있고, 한계에 절감해 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꿈을 잃어 버리고 살아간다. 그렇게 꿈을 잃고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처한 현실조차 점점 기쁘지도 감사하지도 않게 된다. 묘한 삶의 아이러니다. 인생은 정말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영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버리는 것도 아니다.

오 헨리의 단편 가운데 '경찰관과 노숙자'라는 작품이 있다. 뉴욕의 노숙자인 주인공은 겨울이 되어 노숙하기 힘들어지자,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숙식이 해결되는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한다. 하하, 그런데 그게 글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일부러 지나가는 여자들을 희롱해도, 창문을 깨도, 물건을 훔쳐도 도무지 체포되지 않는다. 풀이 죽은 주인공. 그러다 우연히 교회에서 퍼져 나오는 찬송가 소리를 듣는다. 비로소 주인공은 타락해 버린 지금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삶의 희망을 품는다.

바로 그 순간, 경찰관이 나타나 주인공을 부랑자라는 이유로 체포해버린다. 이런 '마음 좀 잡고 살아보겠다'는데 참 안 도와준다. 결국 원래 의도했던 목표는 달성하게 된 셈이지만. 하지만 주인공이 훗날 다시 세상에 풀려 나왔을 땐, 이미 그 세상은 주인공에게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 2.

몇 년 전이다. 영화에 젖은 기분으로 친구와 밤새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시네마 천국'의 디렉터스 컷(감독판 편집본)을 보고 나서였다. 거기엔 주인공 토토의 못 다 이룬 애절한 사랑의 안타까움이 뭍어 나온다. 지금이야 비록 폭 삭은 노총각이지만, 내게도 아린 사랑의 흔적이 어찌 없었겠나. 하긴 그런 식의 감정이입은 영화가 주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기도 하다.

"갑자기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사랑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술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도록 한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영화의 라스트 씬에선 찡한 마음에 눈물도 한 방울 흐르게 했다. 그것도 코미디 영화가 말이다.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라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인생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준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 영화엔 잘 난 것 없는 소시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삶과 꿈과 사랑이 담겨 있다.

영화엔 주인공인 우체부 사와키를 비롯,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요코와 역시 시한부 인생인 킬러 죠,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도 야쿠자를 꿈꾸는 사와키의 친구 노구치가 주요 등장 인물이다. 이 가운데 단연코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흘리게 만드는 사요코다.

그녀는 외롭다. 의지할 곳도 연락할 이도 없다. 그래도 늘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를 쓴다. 그녀는 말기 암환자면서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의 편지를 보고 찾아온 사와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병에 걸린 걸 알았을 때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갔어요. 그런게 갑자기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라면집에 달려가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살아 있으면 뭔가를 해요. 오늘이 중요해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내일의 약속 따위는 하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그녀는 얼마남지 않은 삶의 한 쪽에 충실하게 임한다. 어쩌면 희망이 없기에 오늘이 더 소중한 것인지도, 그래서 미래를 더 소중히 여기며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한부 인생의 그녀에게 사와키는 약속할 내일을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그에게 그녀는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된다. 그렇게 그녀를 알게 된 건 사와키의 일탈때문이었다.

배달해야 할 편지를 아무렇게나 집에 펼쳐놓고, 술을 마시며 닥치는 대로 남의 편지을 함부로 읽다가 사요코의 수신인 없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 것. 성실했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사와키는 한 번의 일탈로 인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행복을 찾는다. 정작 자신의 내일은 없으면서도 그녀의 새로운 내일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아, 삶은 이런 아이러니의 연속이 아닐까.

# 3.

사와키는 사요코를 만나러 병원으로 갔다가 역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킬러 '죠'를 만난다. 그는 '세계 킬러 대회'의 출전권이 걸려 있는 '킹 오브 더 킬러' 대회의 합격 통보서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들고 병들어 눈조차 잘 보이지 않지만 그는 킬러로서 자부심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노구치는 서른이 넘어서도 멋진 야쿠자를 꿈꾸는 일면 철없어 보이는 친구다. 하지만 그는 사뭇 진지하다. 친구 사와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른이 넘어서 마음 설레긴 쉽지 않아. 난 뒷 세계에서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현실의 야쿠자는 그렇게 멋있지도 않고,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삼류일 뿐이다.

하지만 그 누가 이들을 비웃을 수 있을까. 누구의 꿈이든, 어떤 종류의 꿈이든 그것을 감히 무시할 순 없다. 각 자에게 그들만의 꿈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 꿈들은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 강력한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쌍한 건 영화속에 등장하는 경찰들이다. 주인공 사와키를 멋대로 오해하고, 꿰 맞춰서 토막살인범에 마약밀매범에 정신 이상자로 취급한다.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만, 자기가 경험한 틀에서만 살아가는 어이없는 사람들이다.

경찰들은 사와키보다도, 사요코보다도, 킬러 조보다도, 노구치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뭔가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와키를 한심한 우체부라, 사요코를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처녀라, 조와 노구치를 한심한 인생이라 욕할 것인가.

인생이란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 마음대로 되면 그야말로 신의 경지다. 그래서 우리의 꿈은 더 소중해진다. 마음대로 될 수 없지만, 그 비슷한 쪽으로 가 볼 수도 있는 것. 우리에게 꿈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꿈을 가질 것, 끊임없이 도전할 것,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꿈을 단념하지 말 것"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가 남긴 말이다.

사족. 마지막에 쓴 말은 머니투데이 CEO지면에 한근태 박사님께서 매주 써 주시는 '사람&경영' 코너에서 최근 소개된 내용이다. 필자에겐 너무나 울림이 깊어 메모해서 기억해 두었는데 며칠도 안 돼 내 글에서 다시 써 먹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찡하게 만드는 엔딩 장면은 혹시나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에서 뺐다. 글을 읽고 궁금하시면 가까운 비디오 가게에 가서 열심히 뒤져 보시길. 고생해서 찾다보면 구석에서 먼지가 쌓인 채 아무렇게 놓인 비디오를 발견하게 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