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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구리'와 부동산펀드

봉준호의 살 맛 나는 부동산

봉준호의 살 맛 나는 부동산 봉준호 외부필자 |입력 : 2005.09.28 11:03|조회 : 1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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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회기역에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깼다. 새벽 햇살은 커튼 사이로 강하게 스며 들고, 문틈 사이로 가을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뉴 밀레니엄(New Millennium) 2000년이 온지도 벌써 9달이 지났다. 2000년은 추석이 유난히도 일찍 와서, 정신 없이 치루고 나니 심적 부담이 적어졌다.

“서른 잔치는 끝났어… 점점 몸이 약해지는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통역번역대학원을 다니느라 집을 나와 회기역에 원룸을 얻고 생활한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이제 평생을 싱글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들어오는 남자도 점점 줄고… 피어스블러스넌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멋진 클래식 카를 타고 와서 프로포즈하던 꿈도 계단에서 미끄러지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 꿈으로 바뀌었다.

“내년에 대학원을 졸업하면 돈을 좀 모아서 아파트를 한 채 사야겠다. 매월 40만원씩 나가는 원룸 월세도 너무 아깝고…”

S는 방송국 아나운서다. 집 앞을 나서 방송국으로 가면서, 학교를 가면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 한조각과 파란 하늘을 퍼 담아 유리병에 집어 넣고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고 싶다.

“이렇게 가을빛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를 사야지…”

S는 주말마다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다녔다. 보면 볼수록 욕심이 생기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빨리 내 집이 생겼으면 좋겠다…”

하루는 오빠 집에 놀러 갔다가 새 언니한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가씨, 제가 요즘 미술대학원을 다니는데, 선생님 중에 부동산 컨설턴트가 있어요. 그 사람이 아파트를 소개해줘서 여러 명이 집을 샀는데 아주 많이 올랐어요.”
“어머나, 요즈음 내 관심사가 아파트인데… 그 사람 좀 만나게 해줄 수 없어요?”

『오동통한 내 너구리』… S는 그렇게 H를 만났다. H는 S에게 청담동에 25평 S아파트를 소개해 주었다. S는 1억원에 전세를 놓고, 6천만원을 은행에서 대출하고, 자기 돈 3천5백만원을 들여 그 아파트를 샀다.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집에 오는데 너무 좋으면서도 겁이 났다. 전세 값이 반 토막이 나면 어쩌나… 은행 이자가 오르면 어쩌지? 직장이라도 그만 두게 되면… S는 일곱 정거장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아득한 산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저녁 노을이 낮과 밤의 중간에 걸려있었다.

그 후로 며칠… S는 불안해서 H와 자주 통화하게 되었다.

“안심하시라니까요… 안 오르면 팔아 줄께요.”
“IMF가 또 오면 어떻게 해요?”
“폭탄 떨어진 데 또 폭탄 떨어져요?”
“무섭단 말이에요… 금리라도 더 오르면…”
“…”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니란 말이에요. 방송국 근처에 조그만 아파트를 사서, 원룸 월세 내는 돈으로 은행 이자 내고 내가 그 집에 사는 건데… 월세에 대출 이자까지 내고… 전 언제 내 집에 살아요?”
“그런 계산은 당장은 가능하지만, 그런 방식을 택하면 S님이 20평에서 30평으로 옮기는 데는 10년도 더 걸릴 거예요. 강남 집은 더욱 소유하기 어려울 것 같구요. S님이 사신 집은 몇 달이 지나면 오를 거라니까요. 기다려 보세요.”
“지금 경제적 여유가 없어졌단 말이에요. 세피아도 소나타로 바꿔야 하고, 옷과 구두도 사야 하는데.”
“누가 그럼 그렇게 사라고 했어요? 자기 발로 가서 도장 찍고, 집 사놓고선…”
“엉엉…”
“정 그렇다면, 내가 사놓은 빈 아파트가 있으니 원하신다면 빌려 드릴께요.”
“정말요?”
“그 대신 옮기라면 잽싸게 이사 가셔야 해요. 집 팔리면 난 다른 아파트를 사야 하니깐…”

결국 S는 H와 결혼했다. 그리고, S의 아파트도 2년에 2배 올랐다.

『오동통한 내 너구리』

" 그 남자는 밥도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않았다. 커피는 하루 5잔… 운동은 하루 4시간… 모든 게 남들과는 달랐다. 잠도 3시간씩… 하루 2번에 나누어 잤다. 음악과 미술과 만화를 좋아하고, 돈이 필요하면 사냥을 나가듯 밖으로 나가서 집을 사고 돌아왔다. 그리고 몇 달을 그대로 비워놓았다. 그리고는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고쳤다. 하자보수도 하고, 시스템 창호를 달고, 아파트인데도 창을 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유명 화가의 그림도 달아놓고, Antique한 오디오도 설치했다. 그러면, 그 집은 틀림없이 올랐다.

참 신기했다. 시동생 사업 자금도, 시아버지 노후생활비도, 자신의 대학원 학비도, 새 자동차도, 집을 사고 팔면서 마련했다. 양도세도 36%씩 꼬박꼬박 잘 내고, 돈을 잘 벌었다. 호떡과 꼬치, 만두, 튀밥을 좋아하고, 부동산 말고는 오히려 평균 지식보다도 모자란, 순수하고 독특한 내 너구리… 내 너구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건설 현장을 하도 돌아다녀서 기관지가 약하고, 길 건너 ‘땅’을 본다고 높은 옥상의 드럼통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후론,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2004년 4월 간접자산운용법이 시행되면서 H는 “부동산 Fund”를 준비 중이다. 뭐가 그렇게 준비할 것이 많은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거의 매일 밤을 샌다. S는 H가 그냥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만화도 그려주고, 음악도 틀어주고, 둘이서 고스톱도 치고, 그러다가 식량이 떨어지면 사냥을 나가서 돌도끼로 비둘기도 잡아오고, 고슴도치도 잡아오고… 원시인 부부처럼… 지금이 참으로 행복한데…

◆ 부동산 Fund

지금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에 규제가 많고, 온갖 복잡한 세금이 따라다니는 경우, 정부는 정상적인 Base의 출구를 터 놓아야 한다. 그 필요성의 산물이 부동산 Fund이다. 부동산을 온갖 규제로 사기 어렵게 하고, 시장 경제 하에서 대표적인 투자 대상인 한 축을 묶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제대로 된 시장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의 활성화를 모색 중이다.

현재 나와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은 크게 나누어서, 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와 ABS (Asset Backed Security), 그리고, 부동산 펀드 (Real Estate Investment Fund)이다.

리츠는 2001년 7월부터 건설교통부 인가 사항으로 출시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마디로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외국 투자 기관이 무차별적으로 한국 부동산을 매집하자,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REITs를 띄웠다. 일반 부동산 투자회사 (REITs)와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Corporate Restructuring REITs)를 만들었지만,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리츠에만 법인세, 취등록세의 면제 특혜를 주었다. 결국, CRREITs라는 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만 몇 개 생겨서 운영되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구조조정부동산이 많지 않은데다가, 자본금 또한 500억원 (현재 250억원)으로 과다했기 때문이다.

ABS는 자산유동화 채권이다. 부실 기업이 똘똘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부동산만 분리해서 유가증권을 발행하고 현금을 만들어낸다. ABS는 그나마 안전한 자산이므로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일반인에게는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금감위는 부동산 간접투자의 활성화 방안으로 2004년 4월 "부동산 Fund"를 내놓았다. 법상으로는 아파트,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비교적 제약이 적은 부동산 투자 상품이다. 100억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자산운용회사는 부동산 Fund를 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이밍이 좀 늦었다. 이미 부동산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인데다가 주요 빌딩들은 외국 투자 회사들의 점령으로 물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어서, 좋은 투자 상품이지만 상품 출시에는 애로점이 많다. 대표적인 제약 사항은 부동산이 금융으로 들어온 것이다. Fund의 판매사가 증권사 또는 은행인데다가, 판매사가 수수료의 70%를 갖는다. 자산운용사는 수수료의 30% 정도를 받고 자산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판매사와 운용사의 수수료 비율이 거꾸로 되어있다.미국은 그반대다.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잇속을 챙기는 것은 판매사이다. 40여개의 자산운용사는 안타깝게도 Fund 판매 창구인 증권사나 은행의 하청사일 뿐이다. 증권사나 은행은 고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운용사의 위탁자 보수를 사정없이 낮추거나 경쟁시켜서 길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산운용사가 있는 지도 모른다. 주요 증권사나 은행의 전문가들이 자산을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줄 알고 “간판”만 보고 돈을 맡긴다.

저금리로 이자가 턱없이 줄고, 확정금리 상품도 거의 발행이 안 되므로, 고객들은 어쩔 수 없이 Fund를 산다. Fund는 불확정 상품이므로 상품 설명이 어렵다. 따라서, 판매사의 창구 직원들은 예상 이율 몇%라는 것만 설명을 할 뿐, 내용을 이해 시키지도 못하고, Rule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적립식 펀드나 선물 옵션형 Fund도 마찬가지이고, 부동산 Fund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 부동산 Fund의 현실

현재까지의 부동산 Fund는 대부분 PF (Project Financing)라 불리는 대출형 상품이거나, 오피스 빌딩 임대 사업에 투자되었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시중 금리 + 1%나 2%의 수익만 더 내면 된다라는 식으로 안전 위주의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모험형 거래를 윗선에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부동산 Fund 1%가 사고 치면, Major Fund인 주식형이나 채권형 Fund 고객 90%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 믿는 이유이다.

외국의 부동산 Fund는 대부분 “High Risk, High Return형” 공격적 상품이다. 따라서, 유명 Fund들은 연리 25% 정도의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한다. 이들 Fund는 대부분 “블라인드 (Blind)형” Fund이다. 일단 돈을 모아 놓고 투자할 상품을 찾아 다닌다. 그 대상 또한 Global하다. 미국 33%, 유럽 33%, 기타국 33% 식으로 Search의 폭도 넓다. 투자할 상품을 정해놓고 돈을 모은다면 그 상품을 차지할 확률은 적어진다. 그리고, 돈을 모아오기를 기다려주는 투자 물건은 좋은 상품일리도 없다.

우리나라의 PF형 부동산 Fund는 시공사의 연대 보증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공사도 1군의 상위 랭킹이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조건을 맞춰서 Fund를 출시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불어 그 조건을 맞춰오지 않으면, 판매사가 팔아주지도 않는다. 굳이 부동산 Fund 안 해도, 주식형이나 채권형 적립식 Fund로도 회사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니까…

우리나라도 몇 개의 Blind성 부동산 Fund가 있었다. 이른바 "경매 Fund"이다. 이들은 쉽게 돈을 모으긴 했으나, 돈을 늘리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을 늘려줄 선수층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히 돈이 모이면, 경매로 부동산을 싸게사면, 돈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BA를 한 사람들이 사고 팔고 하면, 돈이 붙을 거라고 상상한 것 같다.

부동산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고, “때”를 사는 것이라는 정석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운용에는 수십 년의 경험과 뛰어난 감각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듯 하다.

◆ Fund 판매 경로 다양해져야 부동산 Fund 성공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싼 판매 수수료의 "Fund 슈퍼마켓"이 등장해야 한다. 펀드슈퍼마켓이나 보험모집인,공인중개사등이 차라리 부동산Fund에 대한 설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제대로 상품을 설명하고, 자산컨설팅을 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전문 자산운용회사가 생겨나고 자산운용사가 직접 공모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인터넷 공모든지, 선착순 공모든지 제대로 된 IR과 presentation 능력과 자체판매파워를 지닌 우수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회사가 만들어져 놀랄만한 운용 실적으로 고객들의 환호를 받아야 한다.

지금 부동산 Fund는 평균 3% ~ 3.5%의 수수료를 매년 뗀다. 7%의 수익률을 내려면 연 10%이상의 이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쉽지 않은 게임이다. 또한 4년 이상 장기이며,환매가 불가능하고, 수익률과 상관 없이 매년 수수료를 내야한다. 매년 떼는 3%의 수수료 중 2%는 판매사가 가져간다. 고객 돈을 받아낸 대가이다. 그 다음에 돈이 늘어나면 늘어난 금액에 또 3%중 2%를 가져간다. 또 배당액에서 16.5%의세금이 공제된다. 환매불가능한 장기형 부동산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가 고객관리비란 명목으로 매년 정기예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가져가는것은 너무한것같다.

이런 모습을 되풀이하는 Fund 판매의 가장 근본적 모순은 부동산 Fund를 플래너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증권사와 은행이 판매하고, 주식관련 자산운용사가 만듬으로서 개발이 잘 안되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우리나라 모든 Fund 판매액의 1% 정도만이 부동산 Fund인 것이 현실이다. 아직 Fund의 대다수는 주식형이나 채권형이다. 당연히 증권사나 은행은 그들이 잘 알고 만기시 정리가 쉬운 주식형 상품 위주로 Fund를 판다. 그리고 특판 상품이 대출형,임대형부동산펀드이다.그들은 매년 쿠폰형수익을 내야하고, 만기가 되면 확실히 원금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적인 개념으로 부동산 Fund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펀드가 아니다.그것이 시장의 현실과 괴리감을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집과 땅을 사고 팔고, 숱한 부동산 직접 투자를 통해서 부동산시장의 원리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시황이 들쭉날쭉하고, 사회 생활이 바쁘고, 세제가 복잡해지고, 규제가 늘어남으로써, 좀더 전문가이고, 부동산을 보는 눈이 탁월한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을 대신해서 잘 사주고, 대신해서 잘 팔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복잡한 세금으로 부터도 자유롭게 해주고...그것이 부동산 간접 투자 및 운용의 정석이다. 물론, 나쁠땐 투자 자산이 반토막이 날 수도 있고, 그대로일 수도 있다. 그대신 부동산 시장이 좋았거나, 물건을 잘 사면 연 300%의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을 포인트로한 멀티플레이...그것이 바로 대중이 원하는 "부동산 Fund Style"인 것이다. 그에 합당한 제대로 된 Fund가 나오면, 새로운 “Star Asset”이 등장할 것이다.

부동산 Fund가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고,신앙심이 높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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