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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 돈내고도 먹는다는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11.07 16:15|조회 : 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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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손님들이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 테이블을 힐끗 보니 김치 보시기가 손하나 안 탄채 오롯이 남아 있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저희 업소는 국산김치만 사용합니다'라는 안내문이면 위안이 됐다. 하지만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발견됐다는 발표와 함께 김치 공포는 '국적 불문'이 됐다. 기생충 알이 무서워 거저나오는 김치도 안먹는 세상이 됐지만, 거저가 아니라 돈주고 기생충 알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수도 있을 듯하다.

설사 복통 체중감소 빈혈 등을 일으키는 크론씨병이라는 고통스런 병이 있다.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염증성 장질환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의 일종으로 선진국에서 많이 발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크론병 활동지수(CDAI)가 220∼450인 난치성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돼지편충의 알을 먹이는 임상실험을 했다. 한 두 알도 아니고, 음료에 타서 3주마다 3000개씩 마시게 했다. 3개월뒤 76%인 22명의 활동지수가 150미만으로 떨어졌다. 끝까지 참고 실험을 마친 24명 가운데 21명은 완치됐다. 편충알이 우리 몸 속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만듦으로써 면역계를 안정시킨 덕이라는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수족관에 천적 한두마리를 집어넣어두면 물고기들이 오래 사는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와 BBC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됐고,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오큐어는 지난해 4월 이를 상품화했다. 당초 제품명은 ' (Drinkable Pig Whipworms:마시는 돼지 편충)이었는데, 너무 '적나라한' 이름때문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봐 어려운 학술용어로 바꿨다. 그래도 새 이름 역시 '돼지편충알(TSO:Trichuris suis Ova)이지만 회사측은 '대박'을 확신하고 있다. "힘들지? 돼지편충알 한병 쭈~욱 마셔" 이런 광고카피가 농담이 아닌 셈이다.

치료분야만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몇그램이라도 살을 빼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기생충이 훔쳐가는 영양분이 오히려 고마울 것이다. 몸 속에 촌충을 키워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게 만드는 '촌충 다이어트'가 한때 일본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찌기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가 1950년대초 체중을 30킬로그램 이상 줄인것도 촌충 다이어트 덕이었다는 설도 있다. 한 의학계 인사는 일본에서는 요즘에도 미용 목적으로 회충알, 내지는 성충을 마시는 일본인들이 있다고 전한다(사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은 미인의 기본아니었던가).

알고 보면 기생충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 할수 있다.
고고학자들이 사람의 위 속에서 발견해낸 기생충의 흔적은 3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씻지 않고 따먹었을때부터 자리잡았을 체내 기생충의 수는 이제 200여종으로 늘었다.

문제는 기생충의 종류가 늘어난게 아니다. '돼지 편충알 요법'의 선구자인 조엘 웨인스톡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는 박사는 "우리의 면역체계는 수백만년동안 기생충에 익숙해져왔지만, 사람들이 기생충을 필요 이상으로 급속히 박멸함으로써 면역체계에도 이상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기생충과 싸울 면역체계가 할 일이 없어지니 과민반응을 보여서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크론씨병이나 아토피 알레르기 같은 원인불명의 병이 기생충이 득실거리는 후진국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산 김치중 3%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자 우리 사회는 결벽증으로 인해 기생충 면역력을 잃어버린 인체처럼 '과잉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살충제 표백제에 담그지 않는한 100% 기생충알이 없는 농산물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식이라면 '기생충알 상추' '기생충알 깻잎' '기생충알 샐러드' 이런 파동과 피해가 계속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실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말라카이트 그린, 불량만두 등등 음식 관련 파동 시리즈가 이어질때마다 우리사회 패닉(panic)의 전파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일부 기생충 같은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진 '음식테러' 수준의 파동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앞뒤 안잰 상태에서 앞다퉈 패닉상태로 접어들곤 했다.

이번에도 '우수중소기업'으로 꼽히던 김치제조업체 거래선이 며칠새 모조리 끊기고 종업원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될 판이다. 파동의 방향에 따라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배추값에 소비자와 농민들의 주름은 깊어간다. 한류 열풍타고 잘 나가는가 싶던 김치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유목의 신 '팬(Pan)'의 손짓 하나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양떼들처럼 사회가 한쪽으로 쏠리다간 필경 다치는 양, 밟혀죽는 양도 나올수 밖에 없다. 개인과 사회의 돈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음식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돈을 다루는 투자의 세계도 그렇고, 잘은 모르겠으되 더 큰 인생의 선택도 그럴 것이다.
패닉을 바라보는 냉철함...사회와 개인의 부를 지키는 기본이다. 오늘 저녁 밥상 위의 김치에 주저없이 젓가락을 갖다 대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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