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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세번 건넌 여자 이야기

[CEO에세이]북한·북핵쇼크에 대한 냉정한 고찰이 필요해

CEO에세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입력 : 2005.11.10 13:11|조회 : 1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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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국의 주적(主敵)인가, 통일 동반자인가 아니면 타도의 대상인가, 피를 나눈 형제인가. 뿔난 빨간 도깨비인가, 환호하는 남북 정상회담의 파트너인가.

북한의 본질은 무엇이며 남북한 통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간단치 않기에 말만 무성한 백가쟁명인 것 같다.
 
주적이며 동반자인 것 같고 타도정권이면서도 피를 나눈 동족임에는 틀림없고 뿔난 도깨비이면서도 서로 필요한 파트너인 것 같다.
 
어쨌든 불가피하지만 한국과 한국기업은, 그리고 한국국민은 북한·북핵쇼크 속에서 미래를 일구어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더 무겁다. 6자 회담소식은 소수 한국인을 빼놓고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관심 없는 TV연속극 같다.

인기도 없지만 억지로 상영되는 드라마처럼 천덕꾸러기다. 남북한은 제5차 6자회담을 개최하기 직전 양자협의를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뭐가 좀 진척이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하고 그게 그거 같은 전문가들의 논평들만 길거리의 가로수 낙엽 같다.
 
어떤 깜짝 쇼도 이제 놀라지 않아
 
북핵폐기와 검증, 핵확산 방지조약 복귀와 국제사찰 시점, 경수로 제공시점 등등 오래 빛바랜 단어들만 오락 거린다. 남북한 문제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의 시비꺼리이며 남·남대결의 시비꺼리인 것도 지긋지긋하다.

한 때 북한을 공포의 대상으로 이용했던 군사정권이 있었던 만큼 또한 몇 십 년 동안 끊임없이 북한 지도자를 못 만나서 안달인 역대의 정치지도자를 바라봐야 했던 한국인들은 이제 모든 것을 그러려니 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한다.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의 저자 북한 탈북자 최진이 시인은 1959년 평양에서 태어나 김형직 사범대학 작가반을 졸업했다. 1999년 11월 드디어 한국행에 성공했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의 ‘반쪽들을 모두 체험하고 찾은 균형’은 남북을 대하는데 어떤 논설보다 가까이 다가온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해방 전에 전도사를 하신 분을 만난 적 있다. 그분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는 아주 경악하였다. 1896년 대동강에 침입했던 미국의 첫 무장 상선 제너럴셔먼호는 선교를 목적으로 한 배이며, 배가 불에 타자 그 속에 있던 미국 선교사는 성경책을 밖으로 집어던지고 자신은 불붙는 기선 속에서 순교하였다는 것이다. 제너럴셔먼호는 조선에 대한 미제의 첫 침략선이며 그래서 김일성의 증조부가 사람들을 선동하여 물 위에서 불살라버렸다는 것이 그 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정설이었다. (중략)
 
한국에 와서 그 말을 누군가에게 했더니 그는 대뜸 제너럴셔먼호가 침략선이라는 북한의 입장에 동감을 표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도사의 말도 틀리진 않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내가 보기에 그는 필요 이상의 반미 감정을 지닌 듯했다."
 
제너럴셔먼호는 침략이자 선교

"하지만 시간이 얼마쯤 지나면서 나는 비로소 제너럴셔먼호의 대동강 침입을(그 때 배에서 순직한 미국 선교사는 목사직이 파계된 영국인이었다) 그 전도사의 말대로 선교 위주로 보는 것도 북한 정부의 말대로 침략선 위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 둘을 병행해 나란히 바라볼 때, 시선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한국에 와서 배운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다.(중략)

또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북한에서의 민족 정체성 문제이다. ‘주체의 조국’이라 일컫는 북한에서 외국의 것을 극심하게 선망하는 사대주의자로 내가 살았다면 말이 될까. 하지만 그랬다. 나는 북한에서 민족적인 것은 촌놈 냄새와 동의어로 여겼고, 이 말을 원수지고 살았다.(중략)

한국사회에 몸을 담고 어느 정도 시간을 흘러 보낸 뒤에야 나의 사대주의 열기가 북한의 산하와 공기는 물론 이름 없는 초목과 조약돌마저 자기 이름으로 둔갑시켜놓은 김일성 김정일의 독재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김일성 김정일과 북한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균형적 사고’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실은 반대로,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을 체험하지 못한 남한 사람들 역시 내가 그러했듯 사고의 불균형성을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준다고 볼 수가 있다."

"북한의 선전물은 하도 허위 투성이라 못 믿겠다고 하면서도 탈북자들은 북한을 버리고 왔기 때문에 북에 대해 적대적일 것이라며 덮어놓고 외면하는 이중적 사고도 문제다. 시골에서 전업주부로 있던 탈북자에게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와 같은 거대담론을 질문하는 현상도 정말 북한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오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haeikrh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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