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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숨쉬는 게 행복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낙원이고, 숨쉬는 현재가 이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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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코뼈를 붙이는 수술을 하고는 양쪽 콧구멍을 단단히 틀어 막아 놓았다. 이런 상태로 닷새를 지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코를 막으니 숨만 가쁜 게 아니다. 가슴이 미어질 듯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다. 침도 삼키기 어려워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다. 잠도 오지 않는다. 시간은 가는 둥 마는 둥 느릿느릿 움직인다. 나는 졸지에 중환자가 돼 며칠을 죽만 떠넘기며 지냈다.
 
코로 숨 쉬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다. 그뿐인가.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힘차게 물기를 털어내는 사람이 부럽고, 시원하게 양치하는 사람도 부럽다. 때마다 밥그릇을 비우고, 밤마다 편히 자는 사람도 부럽다.
 
옆의 환자는 점심 때쯤 입원해 겨드랑이 수술을 했는데 밤새 두 팔을 들어 올리 채 끙끙 앓고 있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벌을 서고 있는 셈이다. 팔 대신 발등에 링거 주사 바늘을 꽂아 화장실 가는 것조차 수월치 않다. 앞뒤로 팔을 휘저으며 걷는 것도 대단한 호사라는 생각이 스친다.
 
또 다른 젊은 환자는 어디가 아픈지 모를 정도로 팔팔하다. 나는 그가 제일 부럽다. 저 정도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석달동안 생사의 갈림길을 헤쳐 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맹장염을 장염으로 오진하고 미적거리는 바람에 맹장이 터져버린 것.

의사들은 그의 배를 가르고 닷새를 열었다 덮었다 하면서 청소했다. 그 즈음 그가 나를 봤다면 내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배를 열어 놓은 것은 코를 막아 놓은 것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실감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행복의 총량은 결코 적지 않다. 아래로 내려가니 더 분명하게 보인다. 더 내려가면 더 커지고, 더 분명해질 것이다. 반대로 위로만 오르려 하면 항상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가진 행복을 알아 차리고 그걸 즐길 일이다.

지난해 5월 루게릭 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씨. 그는 제주의 아름다움에 빠져 죽을 때까지 그곳 사진만 찍었다.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두세시간 거리를 마냥 걸어 다녀도 필름만큼은 필사적으로 챙겼다. 곳간같은 시골 셋방에서 냉골로 겨울을 나면서 20여년을 버텼다.
 
그는 제주의 자연이 연출하는 황홀경을 보고 찍으면서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런데 병이 깊어져 사진기 셔터조차 누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러서도 그는 말한다.
 
"하나에 몰입해 분주히 움직이느라 단순하고 느리게 살아야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낙원이요, 내가 숨쉬고 있는 현재가 이어도다."
 
이런 사람도 있다.

"살아 숨쉰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이 뜨겁고 마음이 설렌다. 이 지구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다."

지난해 뼈빠지게 농사지은 한해 벌이가 70만원이었다는 농부 시인 서정홍씨의 말이다. 그는 스무살 때부터 어느 하루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살아 숨쉬는 게 벅찬 감동이라는데 무얼 더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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