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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맞았을때의 마음으로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6.08.07 12:30|조회 : 9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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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전인 1997년 8월11일. IMF가 태국에 172억달러 긴급구제금융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기자실에 앉아 신문의 국제면 한구석에 실린 그 기사를 읽던 기자는 물론이고 정부 어느 누구도 그게 넉달뒤 우리가 걷게 될 운명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대한 태풍의 진앙은 두군데였다. 동남아 경제위기를 촉매로 한 국제자본의 철수가 외재적 요인이라면, 정부주도 고도성장 시대의 종말과 기업 및 금융 경쟁력의 상실은 내재적 모순이었다.

외재적 요인에 무게를 둔 '(영미 자본의) 음모론'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우리로서는 내재적 요인을 점검하고 반성하는게 급선무였다. 기업경쟁력 상실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이다.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과도한 차입을 통한 무리한 확장, 1인에게 집중된 의사결정과정, 이같은 문제들을 지적할만한 주주들의 감시체제 미비가 결국 곪아터졌다. 1997년 12월5일 발표된 IMF합의문에 '기업지배구조 및 기업구조'를 명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왔던 것도 이같은 인식때문이었다.

9년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봤던건 요즘 출자총액제한과 순환출자금지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때문이다. 투자활성화와 신성장 동력 개발, 기업활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출자총액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큰 이의들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투자활성화와 직접적인 연관도가 떨어지는 순환출자금지에 대해 재계는 '차라리 출총제가 낫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와 바른사회 시민연대같은 자유주의 시민단체들은 순환출자 제한은 '반시장적 정부규제'라고 주장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유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자본주의 헌법'의 1조1항이라고 할만한 것이다. 순환출자를 통해 보유지분의 7.5배나 되는 권한을 행사하는 현상이 '비시장적'인 상황이다.

차라리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제도는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 경도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방법론적으로는 타당해보인다. 소유주를 도외시하고 시장의 일반주주(투자자)만을 중시하는 편협한 '앵글로 색슨식 기업지배구조론'을 한국에 무리하게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소규모 개방경제하에서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그 기업주주(Shareholder)만의 이해와 관계된 것은 아니다.

순환출자회사들이 일시에 부실화 되며 경제를 위기로 몰고가는 것을 지켜봐온 우리로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지역주민 금융기관 정부를 포괄하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룹 계열사들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순환출자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이중 삼중 상호출자라도 규제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는 '외국 자본, 기관투자자 등을 통해 총수에 대한 감시·견제가 충분한 상황'이라는 전제아래 재벌의 경영권을 국가가 보호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충분한 감시와 견제'가 이뤄진다는 증거는 없다.

외환위기 발발 9년이 돼 가지만 IMD의 200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부문 순위는 51개 조사대상국중 33위였다. CLSA의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도 아시아국가중 6위였다. 평가항목 중 '기관투자가(의 감시체제)및 기업지배구조 문화' 분야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순위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구속된 재벌총수,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오너 2세에게 주식을 넘겨주는 비상장 계열사, 시장보다 비싼 값으로 계열사와 거래하는 대기업들의 모습을 지금도 끊임없이 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물론 처분명령 등을 통해 기존 지분관계를 뒤로 되돌리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 것이고 갈등의 소지가 크다. 여타 실행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차라리 출총제가 낫다'고 얼굴을 붉힐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개별 회사들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갖출수 있는방안은 뭔지 점검한뒤 "이정도 됐으니 순환출자제도 같은건 불필요한 규제"라고 요구하는게 설득력이 있다.

내년이면 외환위기 발발 10주년이다. "국민과 정부, 기업 모두 IMF사태를 맞았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
삼성경제연구소가 1998년 펴낸 'IMF 1년과 한국경제의 변모' 보고서 서론의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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