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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부모 폭력·욕설, 아이가 배운다

[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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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아이에 대한 촬영 의뢰가 들어왔다. 충동조절 장애 중에서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경우를 촬영하고 싶다고 해서, 중학생 지연(가명)이의 치료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연이는 치료실에서는 순하게 말을 잘 들었지만, 집에서는 화를 내고 엄마를 때렸다. 가정생활을 살펴보니 어린 시절부터 지연이의 아빠가 욕설과 폭력을 썼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연이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맞고만 있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도리어 엄마를 때리고,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찌르겠다며 칼까지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약 넉 달간에 이르는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 부모와의 양육환경 개선 상담을 통해 지연이는 예전처럼 엄마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이 화를 못 참고 폭력적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연이의 경우처럼 가정 내에서의 폭력과 증오감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집에서 부모가 화를 자주 내면 아이들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배운 폭력적인 해결 방식을 따라 하게 된다.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대상을 증오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 행동을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가정 내에서 자주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적대적이고 폭력적이면 아이는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이의 정서, 대인관계, 학업 등 다양한 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반항적이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를 만들기가 쉽다. 한 연구에 의하면 화를 심하게 내지 않은 부모의 아이들은 단 5%만이 비행을 저지르는데 반해, 한달에 3번 이상 체벌을 가한 부모의 아이들은 25%가 비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부모의 화가 심해질수록 아이는 “어차피 맞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다가 맞자”는 식으로 내적으로 바람직한 기준을 스스로 세우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또한, 부모가 화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때 아이들은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부모가 화를 낼 때 “너는 나빠” 라는 메시지를 자주 전달하기 때문에,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전에 “나는 나쁜 아이야”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주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애착의 대상인 엄마에게 벌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해서 엄마가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불안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이러한 정서적인 특징은 대인관계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 연구자는 300명의 가족력을 조사하고 아이들을 양육할 때 부모들이 잦은 구타나 고함 등의 언어폭력을 쓰는지를 조사했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타인과의 친밀감과 유대감에 대한 상처를 지니고 있어, 늘 남의 눈치를 살피거나 위축되어 있으며, 친구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뇌 발달이 중요한 어린 나이에 가정에서 공격적인 환경에 노출될 경우, 기억과 학습에 필수적인 해마라는 부위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망가지게 되어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자는 화내는 부모의 자녀들은 청소년기의 학업 성취도와 사회적인 경쟁력에서 적응도가 낮게 나타났다고 하였다.

부모들이 화를 내고 체벌을 하는 것은 아이가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행동교정에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혼난 것으로 잘못이 모두 감해졌다고 느껴,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또는 아이는 “혼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문제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떠한 경우에는 화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화를 아이에게 그대로 표출시킨다는 것은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는커녕 정서와 학업, 그리고 사회적인 적응에 이르기까지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따라서 나는 왜 우리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보다 바람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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