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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이 한나라당에 들어온다면…

[이기자의 '정치야 놀자']

이기자의 '정치야놀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입력 : 2009.05.14 17:01|조회 : 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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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마흔이 넘어 서여의도를 밟았습니다. '경제'로 가득 채워진 머리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정치….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겠습니다. 좌충우돌하겠습니다. 정치를 먼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숨쉬는 얘깃거리로 다뤄보겠습니다. 정치를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데려 오겠습니다.
링컨이 한나라당에 들어온다면…
#1860년 11월 7일 화요일 아침. 에이브러험 링컨은 종이에 내각 구성을 위해 염두에 둔 일곱 사람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전날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기적처럼 당선된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이었다. 목록에는 대통령 후보 공천 당시 그의 강력한 맞수였던 윌리엄 H. 슈어드(국무장관), 새먼 P. 체이스(재무장관), 에드워드 베이츠(법무장관)의 이름이 올랐다.

링컨은 새로운 공화당의 모든 파벌(옛 휘그당과 자유토지당), 노예제를 반대하는 민주당 출신 등을 망라해 가장 유능한 사람들을 뽑았다. 슈어드, 체이스, 베이츠는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야심가이자 당대 최고 수준의 명망 있는 정치인들이었다. 컨터키주 하젠빌의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태어난 '시골뜨기'가 상대하기에 버거운 상대였다.

최대 경쟁자였던 슈어드는 10년 넘게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냈고 주지사를 두 차례나 역임했다. 슈어드는 공화당 공천 과정에서 정치 초년병인 링컨에게 패했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입각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링컨은 이들에게 '삼고초려'했다. 몸을 낮춰 "당신의 능력이 국가에 꼭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스타그룹'을 유지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각료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 때마다 링컨은 초인적인 인내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했다. 링컨의 거국 연립내각은 '별들의 내각'이었고 그는 이 별들을 튼튼하게 연결하는 '초강력 접착제'였다.

각료들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링컨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의 진실성, 역사 의식, 겸손함, 활달함, 열린 마음을 사랑하게 됐다. 결국 그들은 링컨을 중심으로 단순 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에 성공했고 미국 역사상 최대 위기였던 남북전쟁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됐다. 후세 사람들은 "링컨 각료 중 슈어드 등 몇 명만 없었더라도 남북전쟁, 노예제 폐지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링컨 내각은 그야말로 '드림팀'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파로 갈라져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경제개혁 입법들의 추진이 크게 지연됐고 일부는 아직도 계류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입법전쟁이 벌어지며 '공중부양술', '해머돌리기' 같은 희한한 볼거리도 등장했다.

지난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민심 회복을 목표로 쇄신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화합을 목표로 쇄신을 추진하면서 계파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책임 있는 누군가가 진실된 마음으로 '삼고초려'를 한다면 화합이 가능할 것인가. 이 물음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냐", "부도수표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느냐." 한나라당 계파간 불신은 이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쇄신은 생존을 위한 과제다. 쇄신 없이 미래는 없다"(김성식 한나라당 의원)는 절박감이 계파간 갈등에 부딪히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나보다는 당을, 당 보다는 국가(국민)를 앞세워야 한다는 당위는 '현실론'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상상력을 동원해 링컨이 한나라당에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시골뜨기' 출신의 '초선' 의원이 한나라당내에서 맡게 될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링컨은 소속 계파의 이해관계 속에 휩쓸리거나 혹은 '왕따' 당할지 모른다. 겸손함, 통찰력, 불굴의 의지, 철두철미한 역사의식을 펼치지도 못한 채 잊혀질 지 모른다. 그가 대통령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한다면 다른 의원들은 이를 비웃을 것이다.

링컨의 뛰어난 '개인기'는 스타그룹 유지를 위한 핵심동력이었다. 하지만 슈어드를 비롯한 각료들의 가슴에 애국심과 역사의식,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그의 개인기는 '원맨쇼'에 그쳤을 것이다.

링컨식의 용기와 결단이 돈키호테식 해프닝으로 치부된다면 선뜻 나설 사람은 없다. "왜 나서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나. 바보라면 모를까…." 모 의원이 던진 말 속에는 체념, 불신, 무책임이 배어 있다.

한나라당의 쇄신은 링컨을 영입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링컨을 지향하는 인물이 한나라당을 찾아 자신의 포부를 펼칠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 등 다른 야당도 링컨 같은 인물을 영입하거나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정치사에 링컨 같은 '슈퍼스타'가 나오기를 국민들은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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