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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라톤 풍경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김준형의뉴욕리포트 뉴욕=김준형 특파원 |입력 : 2009.11.02 15:45|조회 : 5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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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살을 다 드러내고 중앙선을 따라 마구 소리 지르면서 텅 빈 도로를 달려가는 통쾌함을 상상해본적이 있으신지. 그것도 세계 경제와 문화 수도라는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매년 11월 첫째주 일요일엔 이런 호사를 누리려 세계에서 몰려든 러너들로 뉴욕이 들썩거린다. 40회째를 맞아 1일(현지시간) 열린 올 뉴욕마라톤에는 4만명이 모였다.

절정을 넘겨 오히려 처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센트럴 파크의 가을 단풍 아래로 또 다른 단풍이 물결쳐 흘러간다. 8만개의 울긋불긋한 운동화,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힘줄이 불끈 솟는 몸뚱이를 감싼 유니폼들이 만들어내는 천연색 물결이다. 기자도 그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됐다.

↑1일(현지시간) 열린 뉴욕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직후 베라자노 브리지를 통과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열린 뉴욕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직후 베라자노 브리지를 통과하고 있다.
200만년전 인류에게 생긴 장거리 달리기 능력은 '호모 에렉투스(직립인간)'를 본격적인 사냥꾼으로 진화시켰다. 먹고 살기 위해 뛰어다녔던 호모 에렉투스의 후예들이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자석처럼 끌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달림이'들은 알지만, 힘들고 지친 사람들일수록 달리기에 깊숙이 빠져든다. 가슴 속에 숯덩어리를 안은 사람은 그 연소에너지로 도로를 치고 나간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고 간 뒤끝에 뉴욕마라톤에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한게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앞서 가는 러너의 등판에 빼곡히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Hire me(날 채용해주세요)' 'MBA, 15년 경력, 회계 전문, 000근무'...치부를 내놓고 달리는 그의 걸음걸음은 마라톤이 아니라 절규로 보였다.

↑ 뉴욕마라톤 주로에 나와 주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응원하고 있는 아이들.
↑ 뉴욕마라톤 주로에 나와 주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응원하고 있는 아이들.
조금만 길이 막혀도 클랙슨을 울려대고, 'F'로 시작되는 욕을 예사로 내뱉는 뉴요커들이다. 하지만 이날은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부터 노인네들까지 길가에 몰려나와 낯선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하는 열기가 뜨겁다. 동네 밴드란 밴드는 다 몰려나와서 흥을 돋운다.
그 흥에 덩달아 마약처럼 취해 호기있게 외쳐대던 러너들의 구호는 30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부터 잦아든다. 거친 숨소리와 심장박동이 옆사람에게까지 전해진다.

어떤 이들은 그 오랜 시간 내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
'잡념'을 떠올릴 여유가 없다. 그냥 '언제 끝나나' 싶다. 육체를 구성하는 각 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다. 몇시간을 오롯이 동물적 본능에만 몰두할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마라톤이 육체와 정신에 주는 정화효과이다.

↑'나를 채용해주세요'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뛰고 있는 참가자.
↑'나를 채용해주세요'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뛰고 있는 참가자.
오랫만의 풀코스 도전인지라 1마일 뛰고 1분 걷는 '워크 브레이크(Walk break)' 주법을 처음으로 써 봤다. 아마추어 마라톤 붐의 선구자인 제프 갤러웨이가 주창한 워크 브레이크는 초반 힘이 넘칠때 내달리고 싶은 욕심을 최대한 자제하고 아껴둔 힘을 막판에 쏟아 부어 좋은 결과를 낼수 있다는 주법이다. 따지고 보면 달리기뿐 아니라 모든게 그렇지 않은가. 한손에 카메라 들고 뉴욕을 담으며 뛰었는데도 4시간을 넘기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다.

↑ 뉴욕마라톤 골인지점을 앞두고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며 핍스 애비뉴(5번가)를 달려가고 있는 주자들.
↑ 뉴욕마라톤 골인지점을 앞두고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며 핍스 애비뉴(5번가)를 달려가고 있는 주자들.
전신화상을 입은 불편한 몸으로 장애인 병원 건립 모금을 위해 대회에 도전한 이지선씨에게 전화를 했다. 7시간 22분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단다. "그만둘까 여러번 생각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은 들어오게 되네요" 씩씩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라톤이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지만, 삶은 어차피 계속되는 것...할때까진 해보자.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골인점인 센트럴 파크를 떠나는 러너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골인직후 주최측이 나눠준 비닐로 몸을 감싸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주자들.
↑골인직후 주최측이 나눠준 비닐로 몸을 감싸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주자들.

완주 메달을 목에 건 필자.
완주 메달을 목에 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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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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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박정현  | 2009.11.26 19:42

여전히 열심히 달리고있구만..^^ 메일확인좀 해주시게 칭구 ^^ 강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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