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A발 빅뱅, 'KB·하나' 복잡한 속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권 새 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금융권 빅뱅의 핵심추인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작업의 신호탄이 울리자 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유력 인수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어느 곳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 산업 재편 시 주도권 확보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보는 8일 매각주관사와 협의를 거쳐 우리금융 지분 7%(5642만주) 이상을 매각키로 하고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예보는 상반기 내에 소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하반기에 민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외환은행도 매각 작업 절차를 밟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국내외 투자자 50여 곳에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티저레터((teaser letter·투자안내문)와 비밀유지동의서(CA)를 보낸 상태다.

KB금융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두 곳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각각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 강점을 둔 국민·우리은행이 합해질 경우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269조원의 국민은행과 238조원의 우리은행이 합병하게 되면 507조원의 자산을 가진 메가뱅크 탄생이 가능하다.

외환은행에도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왔다.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과 합병할 경우 리딩뱅크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시기가 겹칠 경우 이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향후 매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우선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이번 M&A가 KB, 우리, 신한금융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169조원)이 외환은행(107조원)을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는 276조원, 우리은행(238조원)과 합해지면 자산규모가 단숨에 407조원이 된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실질적인 인수 자금 조달 여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도 외환은행을 주시하고 있다. 수신기반 확보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M&A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필요성에서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외국계 펀드로부터 매각 당시보다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샀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선뜻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