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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스폰서가 있었지

[웰빙에세이]'스폰서 검사'들의 양심선언을 듣고 싶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10.04.29 09:37|조회 : 7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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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스폰서 검사'를 본 소감을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첫째, 저건 정말 심하군. 검찰이 아주 심하게 썩었구나.

둘째, 제 잘난 MBC 툭하면 파업하고 시청자 졸로 보던데 그래도 PD수첩은 만만치 않군. 무소불위 검찰에 화끈하게 덤비네.

셋째, 나도 저런 자리에 간 적이 있었지. 저걸 취재한 PD들은 그런 일이 없었을까?

넷째, 검찰 골치 아프겠군. 이걸 어찌 덮을까 고민 세게 하겠네. 사실 공공연한 일인데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들고 나오면 할 말 없지. 그렇다고 그냥 덮기에는 늦었고, 적당히 쇼를 하면서 넘겨야 할 텐데 고생 좀 하겠군.

다섯째, 박기준 부산지검장, 한승철 감찰부장 오지게 걸렸네. 저 정도면 빠져 나오기 어렵겠군. 면목들 없겠네. 역시 사람 잘 골라서 사귀어야 해.

여섯째, 검사도 변명은 똑같군. 그래도 잡아 떼는 방식이 세련됐네.

일곱째, 목소리 깔고 민사, 형사, 고소, 명예훼손 줄줄이 법으로 꿰면서 겁주는데 선수들답군. 그래도 막판엔 흥분하고 막말 나오네.

여덟째, 한명숙 전 총리 몰아 붙일 때 서슬 시퍼렀더니 이번에는 어떨까. 추상같은 원리원칙 준엄하게 따졌는데 어쩌나. "돈 준 사람이 줬다는데 왜 못 믿느냐"고 판사에게 펄펄 뛰었는데 이번엔 뭐라고 논리를 바꾸나.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서울시장 만드는 1등 공신이라는데 정말 그렇군.

아홉째, 정 사장 저 양반도 욕 많이 먹겠군. 평생 제 이권만 챙기다가 막판에 불리해지니까 배반까지 하는 X, 자기 살려고 친구 팔아 먹고, 중상모략 비방하는 X, 정신 나가 헛말 하는 X, 미친 X 되겠군.

열번째, "김용철 매장당하는 것 봐라." 이리 겁주던데 역시 김용철 변호사는 매장 수법에 당했구나.

열한번째, 권력이 집중되면 예외없이 썩는구나. '영감님' 호칭이 판사에서 검사로 넘어가고, TV 드라마의 0순위 사위가 검사로 굳어진지 꽤 됐는데 검사님들 참 좋은 시절이구나.

열두번째, 기자도 예전에 저것 못지 않았지. 아! 옛날이여. 좋은 시절 가고, 미풍양속 사라졌네.

열세번째,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이럴 땐 조신하게 복지부동하는 게 상책이다. 한 1년쯤 지나고 보면 아무 일 없었던 듯 검찰은 똑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이다.

열네번째, 그래도 이런 일들을 거치면서 아주 서서히 검찰도 변하겠지. 한 10년쯤 지나보면 부끄러운 오늘이 그때는 왜 안부끄러웠는지 실감나겠지.

이 정도로 해야겠다.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다루고, 내 얘기 슬쩍 섞어서 물타기 하는 것도 사실 비겁하고 상투적인 수법이다. 스폰서 문화는 나도 여러번 보고 듣고, 경험한 당사자다. 요즘에는 확실히 많이 정화됐지만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지금의 영감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일들이 불거질 때마다 소심한 나는 양심이 찔린다.

검사와 기자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정치권은 말해 무얼하랴. 관료들도 국장 되고 1급, 장차관 되면 한두명씩 스폰서를 뒀다. 말이 스폰서지 겉으로는 죽마고우이고, 동기 동창이고, 형님 동생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다 알아서 떠받들어 모시는데 그 얼마나 좋은가. 술이면 술, 골프면 골프, 이것저것 받는 것은 많아도 주는 것은 딱 부러지게 할 필요도 없었다. 이심전심, 적당히 팔을 안으로만 굽혀주면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 거래인가. 역시 성공해서 힘 있는 자리 꿰차고 볼 일이다.

그러니 힘 없고 백 없고 스폰서 없는 사람들은 이들에게 돌을 던져라.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라. 하지만 힘 있고 백 있고 스폰서 있는 사람들은, 나처럼 양심이 찔리는 사람들은 반성하고 각성부터 할 일이다. 나는 '스폰서 검사'들의 솔직한 양심선언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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