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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뽕나무 밑에서 나흘을 머물지 말라"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입력 : 2010.07.19 12:39|조회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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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한 사람들이 대통령과 고향이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라고 해서 시끄럽다. 그러나 이들만 욕할 수 있나. 대다수 지역이 그렇다. 내 고향 출신 5급 이상 공무원들도 오래전부터 이런 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 고향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이보다 더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동향의 공무원들만 모이는 건 아니다. 요즘은 향우회, 동문회가 세분화돼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 가운데 업종별로 만나고, 직위에 따라 다시 모인다.
 
고향에 왜 이토록 애착을 가질까. 애착이라는 점에서 고향에 견줄 만한 것은 어머니밖에 없다. 고향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사막이나 외딴 섬에서 태어난 사람도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이 최고다. 가장 맛있는 음식이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이듯이.
 
고향에 애정을 갖는 것은 고향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은혜를 베풀어주기 때문이다. 대지와 어머니는 모든 것을 주면서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고향은 어머니와 같고, 대지와 같다.
 
'영포회'도 '영포목우회'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나아가 특정 대학교 출신끼리 모이고, 특정 교회 출신끼리 밀어주고, 특정 집단의 관료들끼리 요직을 나눠 갖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포항 출신이 아니고, 내가 고려대학을 다니지 않았던 게 안타깝고 후회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같은 고향, 같은 대학 등의 문제는 이성이 아닌 감정의 영역에 속한다. 추상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다.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정에 얽매이면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불교에서 승려들의 수행방법 중에 두타행(頭陀行)이라는 게 있다. 모든 집착과 번뇌를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계율에 따르면 두타는 뽕나무 아래에서 나흘 이상 묵지 못한다. 같은 뽕나무 아래에서 참선을 하더라도 4일째 되는 날에는 반드시 그곳을 떠나야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 감정이 생기고, 미련이 생기기 때문이다. 승려가 감정과 미련이 생기면 당연히 도를 성취하지 못한다.
 
계열사 사장단은 물론 부사장 전무 상무 부장들까지 오너와 같은 지역, 오너와 같은 학교 출신으로 구성돼 쇠락의 길을 걷는 기업도 봤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기업 회장은 자신과 고향이 같거나 학교가 같은 사람은 웬만하면 배제한다. 자신과 인맥이 겹치는데 굳이 중용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소신이다.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지만 수긍이 간다.
 
순혈주의 배제와 통합의 중요성은 스포츠에서도 확인된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과 화끈한 공격축구로 4강에 진출한 독일이 그걸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한국만큼이나 지역감정이 심한 스페인의 경우 대표팀 감독은 자신이 마드리드(카스티냐) 출신임에도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출신 선수들을 중용했다. 독일은 게르만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23명의 대표팀 선수 중 11명이 이주노동자 출신이다.
 
'영포회'도 '고소영'도 자연스런 현상이고, 감정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뭐라 하기도 곤란하다. 말하는 게 치사하기 조차하다. 다만 명심할 것은 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선거마다 패배하고, 레임덕은 가속화되며, 사회통합은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뽕나무 밑에서 나흘을 머물지 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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