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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다시 '신한'의 이름으로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부국장 |입력 : 2010.10.26 08:28|조회 : 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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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리 평탄해 보여도 살다 보면 몇번씩은 좌절과 고통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기 마련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한 세대를 살아 남기도 쉽지 않지만, 용케 살아 남는다 해도 한두차례 홍역을 치르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겠지요. 오히려 힘겨운 실의의 나날을 통과의례로 삼아 더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년 전, 박중헌 대리와 한동우 부장이 종합기획부에서 언론을 담당하던 시절, 초년병 기자로 신한은행을 출입했습니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가 금융시장의 메이저로 자리잡고 있던 때였지요. 신한은행은 그 때 까지만 해도 '애송이'로 여겨졌습니다. 오래된 시중은행들의 눈에는 그저 '과잉 친절'로 은행 체면을 구기는'후발은행'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출내기 기자가 들여다 본 신한은행은 달랐습니다. 젊은 책임자들은 순수한 의욕으로 불타올랐습니다. 그들은 신한 문화, 신한 정신을 얘기했고, 그 요체는 '건강한 열정'이었습니다.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고 조직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 달랐습니다.

그 힘이 결국 오늘의 신한금융그룹을 일궜습니다. 전통의 '조 상 제 한 서'는 단 한 곳도 그 이름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신한은행은 금융시장의 리더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신한'이라는 이름에는 '성공' 이상의 상징성이 담겨 있습니다. 관료적이고 고압적인 구시대의 '금융'을 '서비스'의 영역으로 옮겨 놓은 주역이었습니다.

그런 신한금융그룹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현실감이 무뎌질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20년을 지켜봐 온 벗으로서 받은 충격이 적지 않습니다. 지켜보는 자의 안타까움이 이럴진대, 몸 담은 자들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지요. 하지만 곰곰 되새겨 보면 넋 놓고 한숨만 내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우선 이번 사태를 '회복 불능의 중상'이 아닌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지불'로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갈등과 대립이 없는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한국의 대형 금융회사들 치고 수뇌부의 내홍에 몸살을 앓아보지 않았던 곳은 아마도 전무할 것입니다. 작년과 올해에도 금융계의 숱한 거물급 이름들이 오르내렸습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권부와의 유착과 거래, 배신, 정쟁, 부정, 투서, 내사 등의 험악한 단어들. 그동안 신한금융그룹은 사실 이 거칠고 추한 싸움터에서 비켜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부에 그 불씨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이젠 담담히 인정해야만 합니다. 아마도 그건 정치, 사회, 문화가 버무려진 특수한 한국적 현실 위에 놓인 기업으로서의 '원죄'가 아닐까 합니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과 배경을 따지는 건 시간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필요한 건 그 결과가 '연착륙의 실패'임을 인정하는 일이지요.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제법 크지만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신한금융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상황을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될 것입니다.

사건의 당사자들은 결국 불행한, 또는 불운한 매듭을 짓게 될 듯 합니다. 이미 그들에게 쏟아진 분노만도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원망과 성토로 심력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 또한 '신한'의 현재를 만든 동료요, 선배이며, 가족입니다. 그들의 불행 또는 불운이 다시 '신한'의 이름으로 새로운 한 세대를 일으키는 데 촉매가 될 수 있다면, 겸허하게 '내 식구의 허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춥고 험한 시절은 곧 지나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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