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무상급식 주민투표...오세훈vs시의회 '2R'

"나라의 미래를 권력 쟁취의 하위 개념으로 삼는 정치 세력들과 승부를 가르는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될 것입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사상 초유의 예산낭비 사례가 될 주민투표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알려나가겠습니다."(서울시의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둘러싼 오 시장과 시의회의 싸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서울시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 청구서를 16일 제출, 사실상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공식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날 진행한 주민투표 청구 관련 설명회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복지방향을 결정할 80만 시민들의 서명부가 접수됐다"며 "지난 2004년 주민투표법이 도입된 이후 서울에서 이뤄지는 첫 투표이자 주민들이 직접 서명을 받아 청구한 대한민국 1호 주민투표라는 점에서 감회가 특별하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서민무상급식'이냐 '부자무상급식'이냐를 시민들의 손으로 선택하고 더 나아가 무상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확산이냐 종지부냐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무상복지 포퓰리즘 남발에 대한 분명한 쐐기를 박고 가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한 서울시민의 판단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 없이 무조건 퍼주기만 하면 표가 될 줄 아는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에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며 "그 경고는 총선, 대선은 물론 향후 선거에서도 표를 얻기 위한 복지포퓰리즘에 유권자들이 현혹되지만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주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며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민이 많을 경우라도 결과에 따르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시의회도 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전면전'을 선언했다. 강희용 민주당 전략부대표는 "이번 주민투표는 현행법이 정한 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예산' 및 '재판중'인 사안에 해당된다고 보고 대의민주주의를 지키고 제도를 악용하는 세력에 맞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 시장의 기획과 주도로 시작된 불법 주민투표가 초래하는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200억원에 가까운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주민투표의 부당성을 알리고, 접수된 서명부를 철저하게 검증해 불법 및 위법성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대표는 "오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민없는 서울시정'의 아류작인 '주민없는 주민투표'에 불과하다"며 "시민과 시정을 볼모로 자신의 대권 놀음에 이용하고 있는 것에 당당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주민투표 청구서가 접수됨에 따라 청구사실 공표 및 서명부 심사·확인, 서명부 열람·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유효 서명자가 41만8000명을 넘을 경우 시장 명의로 주민투표를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투표 실시까지 약 60일에서 70일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주민투표는 8월20일 이후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