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판결 보류… 삼성, 애플 안방서 한방?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애플 안방인 미국에서 애플에게 한방을 날릴 수 있을까.

미국 산호세 법원이 예상을 깨고 애플 가처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안방인 미국법원조차 애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애플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美법원, 애플 가처분 결정 보류

14일 삼성전자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을 대상으로 신청한 판매금지 가처분에 대핸 심리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애플이 판매금지를 요구하는 제품은 인퓨즈 4G(AT&T), 갤럭시S 4G(T모바일), 드로이드 차지(버라이즌), 갤럭시탭10.1다. 법원이 판결을 미룸에 따라 삼성전자는 당분간 해당 제품을 계속 팔 수 있게 됐다. 법원은 구체적인 판결 날짜는 정하진 않았다.


◇삼성전자에 유리한 3가지 이유

산호세 법원이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상황은 삼성전자에 다소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우선 산호세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스크롤바운싱' 기술에 대해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스크롤바운싱은 사진 등 콘텐츠의 맨 뒤로 갔을 때 다시 되돌아오는 기술로 이미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법원은 의문은 제기했다. 루시 코 판사는 갤럭시탭 10.1과 아이패드가 비슷하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측 대리인에게 갤럭시탭 10.1과 아이패드를 구분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삼성전자 대리측이 답을 하지 못하자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루시 코 판사는 "삼성전자 태블릿PC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지만 애플 역시 특허가 유효하다고 주장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다. 애플이 특허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금지 가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호세 법원도 헤이그 법원과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산호세 법원이 판결 자체를 늦춘 점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이유다. 당초 산호세 법원은 이날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을 내리려 했으나 루시 코 판사는 변론만 듣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애플은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아낸 상태다. 게다가 전날 호주에서도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아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었다.

다른 법원 결정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산호세 법원은 대세(?)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통 판결이 예정보다 늦어지면 유리한 곳에서 다소 불안해진다"며 "이번 경우도 애플보다는 삼성전자에 다소 유리하다"고 말했다.

◇가처분 기각 가능성 ↑…애플 안방서 한방 먹나

예단할 수 없지만 산호세 법원이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애플의 가처분이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가처분 기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심리 내용은 나쁘지 않다"며 "애플이 특허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가처분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호세 법원이 애플이 가처분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애플은 특허전쟁에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가장 자신있는 기술 특허는 이미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디자인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산호세 법원은 애플 본사인 쿠퍼니노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 않은 안방과 같은 곳이다. 안방에서의 패배는 전체 특허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벌어질 특허전쟁에서 승기를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금까지는 수비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공격에 집중해 애플에 직접적인 타격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강경 대응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아이폰4S에 대한 가처분 국가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