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92.40 690.18 1128.50
보합 4.34 보합 8.8 ▼0.7
+0.21% +1.29% -0.06%
메디슈머 배너 (7/6~)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김재동의 틱,택,톡]"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외치는 선량을 보고싶다.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2.01.13 08:22
폰트크기
기사공유
"미안하다. 미안하다."

지난 11일 오후 12시 22분.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서울역을 출발한 전동차가 들어오고있다.
서성거리는 남자 하나. 김모(55)씨다.
안내방송이 역내에 울려퍼진다.
"열차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주세요."
문득 서성거림을 멈춘 김씨. 눈을 질끈 감고는 이내 선로를 향해 몸을 던진다.
열차는 날카롭게 브레이크음을 울려댄다.

2일전 오후.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던 김씨의 아내는 걸려온 전화를 생각없이 받아들었다.
갈라진 남편 목소리.
"미안하다... 미안하다"
남편은 단 두 마디만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1997년 IMF사태로 은행권이 구조조정열풍에 휩싸였을 때 시중은행에 재직중이던 김씨도 직장에서 내몰렸다. 노래방을 차렸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계속됐고 결국 퇴직금만 날린 채 접어야했다.

아이들이 크는만큼 집은 줄어만 갔고 아내는 식당일로 자신은 공공근로로 돈을 벌어야했다.
열심히만 하면 월 130만원을 쥘 수 있는 공공근로, 그걸로 꿈을 꿀 순 없지만 연명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경기도 얼어붙어갔고 일자리도 줄었다.

어김없다.
돈이 필요할 수록 돈 구할 방도는 말라가는 지긋지긋한 세상살이의 역설.
김씨의 명줄엔 그 끔찍한 아이러니가 또아리를 틀었다.

그렇게... 죽지못해 살아왔던 김씨는 결국 살아내지 못하고 죽어야 했다.

김씨의 투신 하루전인 10일 오전 6시 1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도 40대의 남성이 의정부를 향해 달리던 열차에 몸을 던져 숨졌다. 역시 한탄스런 사연이 있었으리라.

1월이 채 가기 전에 지하철 투신으로만 두 목숨이 스러졌다. 지난 한해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가 4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공정사회를 위한 친 서민정책 개선방안보고서중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 응답자의 58.2%가 빈곤문제의 원인으로 사회구조를 꼽았다.

특히 30~40대는 10명 중 7명이 사회구조를 빈곤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사회공정성 제고의 전제조건으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2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불공정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제적 약자가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반증이다.

금년은 총선과 대선의 양대 선거가 있는 해이다.
일 년 4계절이 온통 구호로 도배되는 해이다.
그 무수한 구호 중 뜻 나쁘고 듣기 싫은 구호가 게 중 하나 있을까?
서민경제는 기필코 살아날 것이고 도시빈민도 구제될 것이며 축산농가도, 과수농가도 농가부채를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도 신바람 날 만하고 재벌까지도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소소한 바람이 있다면 나라를 온통 뒤엎을 그 희망찬 구호들 덕분에 열차에 뛰어들고 강물에 몸을 던져 스러지는 목숨들이 하나라도 줄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장밋빛 미래를 확성기로 외치는데, 누군가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들어줄 사람 없는 넋두리로 세상을 마감한다면 너무 서럽지 않겠는가.

열차에 진 두 목숨을 바라보며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소리 높여 외치는 선량을 단 한명이라도 금년 한 해 보고 싶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