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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 맞아라"...억대 연봉 주방장 되기까지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입력 : 2012.02.10 10:40|조회 : 12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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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창동의 일식집 '묵□□집'에는 김 ○라는,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주방장이 있다.
손님방을 돌아다니며 상에서 회를 직접 썰어주는 이 주방장은 명찰을 거꾸로 달고 다닌다. 제대로 된 명찰은 읽지 않고 넘어가지만, 거꾸로 된 명찰은 기를 쓰고 읽는게 사람 심리이다. 아마 본명이 아니라 외우기 쉽게 한 글자로 만든 가명일 것이다. 머리카락도 남들이 기억하기 쉽게 아예 빡빡 밀어버렸다.

"때리면 맞아라"...억대 연봉 주방장 되기까지
명찰을 읽고 말을 트게 되면, 그 때부턴 단골 명단에 올라간 거나 다름없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농담을 연신 날려가며 싱싱한 회에 다다닥 칼질을 한다. 항상 싱글벙글하다보니 오십을 넘긴 나이에도 사십을 겨우 넘긴 것으로 봐주는 사람이 많다. ‘오늘부터 금주-제발 협조해 주세요’라고 쓰인 명찰을 365일 달고 다니면서도 넙죽넙죽 한잔씩 잘도 받아 마신다.

스카우트비만 몇천만원에 연봉도 억대를 넘을 거라는게 다른 종업원의 귀띔이다. 단골 손님 중에 교수들도 많아서 대학 특강도 나가본 적이 있는데 몇 번 하다 말았다. 아무리 낮이지만, 왔다 갔다 몇 시간씩 걸리는 출강을 하고 오면 주인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나한테 월급주는 사람은 주인인데, 내 얼굴 내는데 시간 쓸 수 있느냐, 그러고서는 월급 못 받는다"는 것이다.

회안주 곁들인 소주에 취하러 갔다가 사람에 취해 나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그가 힘들때 이를 악물며 머릿속에 떠올렸던 말은 "욕하면 듣는다. 때리면 맞는다, 주면 먹는다"이다.

무슨 생활신조가 그래?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때리면 맞는다라니…, 전라도에서 초등학교만 마치고 10대 초반에 상경한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40년을 함축한 그 한마디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깔끔한 칼솜씨, 된장에 숙성시킨 독특한 회, 많진 않지만 맛깔난 곁반찬, 싱싱한 회를 두툼하게 쑴벙쑴벙 썰어내는 '개인기'는 그런 과정을 거쳐 체화돼 온 것이다.

때리면 맞는다…요즘 그 소리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누군지 짐작들이 가실 거다. 증권부장에서 산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때리면 맞아야죠"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총선과 대선이 합쳐져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정치의 시기다. 하루가 다르게 이른바 '재벌 때리기(Bashing)'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99%는 배고픈데 1%는 왜 배부르지?"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하나의 점을 향해 수렴할 때 만들어내는 파워는 막강하다.

'대중의 직관'(Mood Mattters)를 쓴 응용시스템 분석 전문가 존 L 캐스티는 (어떤 사건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아니고) 사람들의 마음이 사건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엔론사건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에 환멸을 느낀게 아니고, 이미 대중의 분위기(mood)가 내리막길을 한참 걸어온 탓에 그런 사건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선거라는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이 기업을 때리기 시작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 눈에는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들리게 마련이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인 ‘합리적 기대가설’이 현실세계에선 말장난이 되듯, 정치에서도 합리적 유권자, 위대한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 건너 대륙 프랑스에서 폴카춤이 광란의 유행을 탄 덕에 1844년 미국 대선에서 무명이던 텍사스 주지사 제임스 폴크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일 같은 건 고금을 막론하고 신기한 일도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로 집단적으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음이 한쪽으로 쏠릴때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봐요". 대표적인 정치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좋아하는 '빙고'의 노랫말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욕먹어 배부른 김에 다이어트 하면 된다. 억울해만 할 게 아니고, 정말로 옷 아래 숨겨놓았던 살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로커 김종서는 요즘 오페라를 하기 위해 살을 뺐다고 한다. 살이 쪄서는 힘찬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한 기업인은 "분위기를 이해는 하지만, 그러다 잘못하면 맞다 죽을까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기업들로선 고 정주영 회장처럼 "이럴 바엔 우리가 하고 만다"라는 생각으로 직접 정치에 뛰어들거나, 지렛대를 키우고 싶은 유혹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북창동 횟집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남는게 낫지, 실패한 식당주인이 되고 싶지 않아 일식집을 직접 안차린다"는 주방장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맞으면서 성공한 '선배' 주방장의 신나는 회칼 박자를 함께 듣다 보면 길이 어렴풋이나마 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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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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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  | 2012.02.11 17:35

jh도 여기 가보고 싶다. 북창동 횟집... ㅋㅋ 근데 주객이 전도 ㅜㅜ 글의 의도보다 횟집 내용만 머리에 들어온다 ㅜㅜ 죄송해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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