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뉴욕 1호점, 손님이 하루평균 …

카페베네가 한국 토종 커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심장부 타임스퀘어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인근 스타벅스 매장보다 4배 넓은 200평 규모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의 카페베네 매장

이런 간 큰 도전을 한 사람답지 않게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18일(현지시간) 타임스퀘어 매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카페베네가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투자가 많이 필요한 뉴욕에 와서 더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있다"는 고백이다.


그럼에도 많은 돈이 필요한 뉴욕의 심장부 타임스퀘어에 대형 매장을 열 생각을 한 것은 "카페베네가 글로벌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뉴욕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타임스퀘어에서 카페베네를 경험하면 중국에서 카페베네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타임스퀘어에 카페베네의 대형 매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를 홍보해 글로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베네는 미국 뉴욕에 직영으로 1호점을 개점한 것 외에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7개국 각 현지기업과도 5:5로 합작 계약을 완료하고 진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 베이징에는 다음달에 3개 매장을 동시에 개장한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김 대표는 "카페베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화를 꿈꿔왔다"며 "올해 해외 진출로 인한 브랜드 로열티 수입이 1000만달러(110억원)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이 로열티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네를 글로벌화하는데 효과가 클 수는 있겠지만 대가는 비싸다. 타임스퀘어의 카페베네 매장 공사비만도 평당 1500만원 가량, 한국의 두 배가 들었다.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는 비용으로는 김 대표가 스스로 중소기업이라고 소개하는 카페베네엔 과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뉴욕 커피시장에서 수익의 기회도 봤다. "아침에 맨해튼 거리 한 곳에 서서 커피를 사가는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브랜드의 커피를 사들고 가나 봤더니 10명 중 8~9명이 스타벅스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경쟁력만 있으면 맨해튼 사람들에게 커피를 선택하는 폭을 넓혀줄 수 있겠다."

이미 뉴욕에서 경쟁하는 커피 브랜드만 170여개. 그럼에도 출근길의 대다수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마시는 현실 속에서 카페베네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카페베네의 뉴욕 승부수는 공간과 메뉴의 차별화다. 일단 공간이 스타벅스보다 훨씬 큰데다 내부에 북카페까지 갖추고 있어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적격이다. 특히 맨해튼에서 책을 진열해놓고 읽을 수 있도록 한 매장은 카페베네가 유일하다.

아울러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뉴욕에서도 메뉴의 다양성과 요리의 수준으로 승부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카페베네는 스타벅스보다 메뉴가 20여개 더 많은데 뉴욕에서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계절마다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카페베네는 뉴욕 타임스퀘어 매장에 한국의 미숫가루를 도입했는데 커피 이외의 음료 중에서는 코코아 다음으로 잘 팔리고 있다.

▲카페베네 타임스퀘어 매장 내 북카페

김 대표는 또 "스타벅스는 샌드위치 등 음료 이외의 음식은 매장에서 데워주는 수준인데 카페베네는 거의 요리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스퀘어 매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달 26일. 현재 평일엔 2000여명, 주말엔 2500여명의 고객이 찾는다. 지금보다 20%가량 고객수가 늘어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예상했던 개장 6개월 시점보다 더 일찍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맨해튼의 매상 추이를 보면 아침에 커피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고 출근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데 점심 때 샌드위치나 와플 등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6개월 안에 맨해튼에 2호점도 직영으로 낼 생각이다. 맨해튼에서 2호점까지 개장해 성공하면 그 자체로 카페베네가 홍보가 되는 것은 물론 그 때부터는 투자를 받아 매장을 늘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2015년까지 뉴욕 맨해튼에만 50여개 매장을 내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언뜻 허황돼 보이지만 김 대표는 3년만에 국내에 직영과 가맹점을 포함해 커피전문점 760여개, 스타벅스의 두 배 이상을 열었던 '신화'를 가지고 있다.

물론 카페베네의 이런 단시간내 급성장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매장 확장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뉴욕 진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카페베네는 현재 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올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실적이 나온 후 오는 9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퀘어 매장을 비롯한 해외 진출이 상장을 위한 '과시용'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런 지적에 김 대표는 우회적으로 답했다. "카페베네는 작은 중소기업입니다. 돈도 없고 노하우도 부족합니다. 당연히 생존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정과 도전정신만큼은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올해 46세인 김 대표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저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보다 젊으니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뉴욕 맨해튼을 핵으로 하는 김 대표의 글로벌 도전이 성공할지, 카페베네가 가맹점들까지 모두 상생(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지금은 김 대표와 카페베네의 도전이 여전히 진행중인 과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