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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로비 회견'과 새벽 출근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입력 : 2012.05.04 14:27|조회 : 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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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로비 회견'과 새벽 출근
 매주 화·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출근하는 이건희 삼성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양 옆으로 늘어선 기자들이다. 이회장은 대개는 별 말 없이 '프레스 라인'을 지나치지만 가끔은 기자들에게 따끈한 '먹거리'를 주기도 한다.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재산 소송을 두고 쏟아져 나온 최근 발언들이 그랬다.
 
형제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정을 드러낸 발언들이 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안방으로 고스란히 전달됐고, 언론은 이를 대서 특필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그룹 직원들은 조마조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나중에는 '진의'를 다시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회장은 사내 회의에서도 안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게 삼성 관계자들의 일치된 말이다. 이 회장의 발언은 미리 준비됐던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것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없이 그냥 막 나온 말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회장의 '로비 기자회견'은 한국, 그것도 삼성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다. 1년 전 경영에 복귀한 이회장이 고민 끝에 만들어낸,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자연스런 방식으로 보인다. 사실 이 회장은 국내 어느 대기업 총수보다 대중 노출도가 높은 오너이다. 그룹 전체로 보더라도, 매주 사장단 회의 결과 등 현안을 정례적으로 브리핑하는 기업도 국내엔 삼성 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사만큼이나 성장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삼성이니만큼 어느 기업보다 대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고, 또 평가받을만 하다.

문제는 말을 많이 하고 접촉을 많이 한다고 해서 효과적인 소통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은 깃털처럼 가볍다. 언제 어디로 날아가 앉을 지 모른다. '소통의 과잉'이 리스크가 되는 걸 우리는 여기저기서 많이 봐 왔다.
조율되고 정제된 내용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과, '날 것' 그대로의 속내를 노출시키는 것은 다르다. 발언과 행동의 파급력이 큰 리더들에게 '참모'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 총수의 언행은 기업과 직원, 투자자들의 이해와 직결되고, 대통령에 대한 참모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리스크이다.

삼성은 그룹 매출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고, 삼성전자 한 회사 시가총액만으로도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넘는다. 한때 어느 언론계 인사가 '밤의 대통령'으로 불렸고, 서태지를 '문화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만화캐릭터 뽀로로까지 '뽀통령'으로 불리는 시대이니 이건희 회장을 '경제대통령'이라고 부르는데 반박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들간의 대화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솔직히 감정을 표현하는 화법이 친근감과 인간적인 매력을 준다. 연륜과 경륜이 쌓이면 '무장무애((無障無碍)'의 단계에 접어들 수도 있다. '자연인'이라면 그렇다는 말이지만, '삼성'이라면 다르다.
삼성가 소송의 경우도 이건회 회장의 말대로 '자연인' 대 '삼성'이라는 구도라면 더더욱 조율과 절제가 필요한 사안이다.
2일 유럽으로 출국하면서 이회장이 내놓은 대국민 사과가 '참모 시스템'이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 앞으로 '돌발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해보인다.

아울러 '발언 파문'의 단초가 된 이회장의 '출근 경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궁금해진다. 주 2회 이른 아침 출근은 경영에 복귀한 이회장의 위기의식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었다. 이회장의 출근시간은 근래 점점 더 빨라져 왔다. 그나마 주변에서 말리지 않으면 '꼭두새벽 출근'이 될 거라는 말이 나오는 건 그만큼 기업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비상'이 '일상'이 되면 보이지 않는 비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 회장의 출근이 통상적인 출근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회장 출근하는 날이면 최고 경영진들의 촉각과 일정이 42층 회장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래 저래 '소통'은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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