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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혁신이 공염불로 끝나는 이유

[홍찬선 칼럼]자율성 있는 시민 없어 혁신 쉽지 않아

홍찬선칼럼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입력 : 2012.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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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혁신이 공염불로 끝나는 이유
베이징에서 살면서 놀라는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중국 사람들이 말을 정말 잘 한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들은 강의 노트 한번 안 보고 더듬거리는 것 없이 2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다. TV 토론에 나오는 사람은 물론 생방송 출연자들도 메모 없이 청산유수로 자기주장을 편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경제지표들을 제시하며 답변하는 것을 보면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을 정도다.

중국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 것도 놀랍다. 베이징 모터쇼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새치기하는 사람이 있어도, 바로 앞에서 불법 영업하는 ‘헤이처(黑車)’가 손님을 태워 자기는 빈차로 한참 기다려야 하는 택시 운전사도, 비행기가 아무런 설명 없이 1,2시간 늦게 출발해도, 그저 하소연하는 눈빛을 잠시 보이다 금세 체념으로 바뀐다. 큰 소리로 따지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나 나와 상관없는 일에 무관심한 것은 놀라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길거리에 어린 아이가 차에 치여 쓰러져 있어도 달려가 일으켜 세우고 병원으로 데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살충제 뿌린 생강과 헬스 돼지고기, 염색 만두, 돼지 피로 만든 오리 간 등이 등장해도 나만 안 먹으면 된다며 애써 외면한다. 옆에서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을 봐도 신고하거나 고발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달변과 무표정, 무관심은 형식은 다르지만 내면은 같다. 무엇인가에 쫓기는 불안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자포자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가깝게는 1960년대 ‘원화따거밍(文化大革命)’을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핍박과 죽임을 당한데서 생긴 부작용이다. 좀 멀게는 260여 차례에 이르는 농민봉기를 거치며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노예근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말 잘하는 것과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신중국(중국 사람들은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1949년에 건국한 중국을 이렇게 부른다)’을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중앙이 결정하면 그대로 따른다’는 일사분란이 경제성장이라는 단일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했다.

하지만 신중국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경제대국에서 문화 정치 대국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사명이 놓여 있다. ‘아편전쟁(1840년)의 치욕’을 씻고 탕(唐)과 칭(淸) 제국의 영화를 되살린다는 ‘신중국의 현대화’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강조되고 필요한 것이 ‘추앙신(創新, 혁신을 이렇게 부른다)’이다.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北京)대학이나 칭화(淸華)대학 경제학과에서도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 경제학을 열심히 가르친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시조인 마르크스 경제학보다 더 앞세운다. ‘링따오(領導, 지도자)’들도 ‘추앙신’을 입에 달고 다닌다.
중국에서는 시민과 국민이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쭈민(住民)’과 ‘런민(人民)’ 또는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는 말이 쓰인다. 투표권이 없어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서방의 분석이다. 일상생활에서조차 자기 문제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해결하는 자율성이 없는데 어떻게 시민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추앙신’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자율성이다. 자율성은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형성된다. 콩즈(孔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다(學而不思則罔)”이라고 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생각을 꼭꼭 감춘 채 위에서 지시한 것만 달달 외우는 사람에게 ‘추앙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할 수 있다. 사상개방을 강조했던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다시 등장한다면, ‘중국굴기(中國堀起,중궈쥐에치)’의 기치를 내건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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