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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보다 흥미로운 주식시장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8>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2.06.08 10:08|조회 : 5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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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보다 흥미로운 주식시장
루이스 세풀바다의 장편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보면 아마존 밀림에 사는 긴꼬리원숭이를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노인은 원숭이 서식지로 들어가 일부러 원숭이가 내려다보는 가운데 수십 개의 코코야자를 딴 뒤 덫을 만든다.

먼저 코코야자의 속을 파내고, 열매 양쪽에 작은 구멍을 낸 다음 그 구멍에 노끈을 꿰어 한쪽은 매듭을 만들고 다른 한쪽은 길게 늘어뜨려 나무에 매단다. 그리고 속이 빈 코코야자 속에 조약돌 두어 개를 집어넣으면 덫을 놓는 작업은 끝이다.

인간이 하는 일을 줄곧 지켜보던 원숭이들은 노인이 떠나자 앞다퉈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 내용물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원숭이들은 열매를 만지고 흔들어대다 그 속에 든 조약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자 손을 집어넣어 조약돌을 잡는다. 그리고는 조약돌을 놓지 않으려고 바둥거린다.

하루가 지나 이곳을 다시 찾은 노인 앞에는 녹초가 된 원숭이 12마리가 축 늘어져 있다. 코코야자 속에 손을 넣고 조약돌을 쥐었으니 빠져나올 수 없는데도 자기 손에 쥔 것을 꺼내고 싶어 발악하다 지쳐 쓰러진 것이다. 노인은 이들 가운데 6마리를 골라 우리에 넣는다.

우습지 않은가? 아마존 밀림에서 제일 영리한 동물인 긴꼬리원숭이를 사냥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코코야자와 조약돌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밀림에 사는 살쾡이란 짐승은 원숭이보다 더 영리한 인간을 해칠 정도로 영악하다.

아마존에 사는 수아르 족 인디오는 노인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살쾡이를 쫓는 도중에 이 짐승이 지나치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면, 상대가 방심하게끔 그 놈이 잔꾀를 부린 것으로 생각하게. 이미 상대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다는 뜻이거든."

주식시장에서는 영리한 사람도 바보와 똑같이 함정에 빠져든다. 지능지수가 높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어처구니 없는 덫에 걸려들곤 한다. 시장은 자만심으로 뭉쳐 있거나 자존심 강한 투자자를 아주 간단히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지적했듯이 투자의 세계에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보다 치명상을 입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한번 놓친 기회는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지만, 결정적인 손실을 입으면 재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투자에 필요한 균형과 상식은 자기를 낮추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자만심과 자존심 외에도 주식 투자자가 덫에 걸려드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탐욕과 두려움이 그렇고, 기대수익의 과대 평가와 과도한 리스크 감수도 있다.

이런 약점들은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신중히 헤아려보지 않고 눈앞의 상황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주식을 살 때는 그 주식이 자기 예상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예상이란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도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주기적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금융위기는 늘 예기치 못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여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한 뒤 유로존으로 번져가며 이처럼 심각하게 이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런 전례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파급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그 극단을 헤아려보지 않은 것이다. 니컬러스 탈렙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도 흑조(블랙스완)를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보자. 주인공 노인이 원숭이를 사냥한 것은 생애 처음으로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노인은 자신이 읽을 책을 결정하기까지 다섯 달이나 고민했다. 이책 저책을 보며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묻고 되물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세월보다 더 끈질긴 사랑과 불행을 담은 연애소설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 노인이 읽는 연애소설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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