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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방식, 늑대의 방식, 인간의 방식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10>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2.07.06 10:30|조회 : 6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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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방식, 늑대의 방식, 인간의 방식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여전히 ‘동물의 왕국’이다. 단골 메뉴는 역시 먹이 사냥인데, 초원에서 혹은 들판에서 원초적인 본능에 기대 서로 쫓고 쫓기는 동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의 사냥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치타의 방식과 늑대의 방식이다. 치타는 포식자들 가운데 가장 빠른 동물이다. 대부분 혼자 사냥하며, 살그머니 먹잇감에 접근하거나 상대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기다린다. 그 다음 폭발적으로 전력 질주해 가젤 같은 먹잇감을 쓰러뜨린다.

반면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에 나선다. 병에 걸렸거나 노쇠한 사냥감을 목표물로 정한 다음 상대가 지칠 때까지 추격한다. 늑대는 카리부 사슴 같은 먹잇감보다 달리는 속도는 떨어지지만 아주 먼 거리까지 추격할 수 있다.

치타의 사냥 성공 여부는 최적의 타이밍이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면서 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치타는 시속 12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지만 1분 안에 사냥을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 피로로 인해 지쳐 쓰러지고 만다. 또한 포식자치고는 매우 가냘프기 때문에 사냥한 먹이로 얼마간 배를 채우고 나면 더 강한 동물이 오기 전에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나버린다.

늑대의 사냥 성공은 목표물을 얼마나 잘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잘못해서 튼튼하고 건강한 사냥감을 골랐다가는 추격하다 자기가 먼저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늑대는 턱이 강한 개과 동물답게 한번 사냥한 먹이는 뼈와 가죽까지 다 먹어 치운다.

치타의 사냥 전략을 주식 투자에 적용한다면, 지금 시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종목을 올라타는 것이다. 그러고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차익을 거뒀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처분해버린다. 투자 성공의 열쇠는 확실한 종목이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신중하고 주의 깊게 기다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늑대의 투자 전략은 일시적으로 크게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내 끈질기게 추격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판단을 집요하게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시장이 제대로 된 평가를 해줄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관건은 해당 주식의 진정한 가치를 얼마나 정확히 평가해내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동물의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의 사냥 방법이 있다. 우리의 조상 역시 포식자였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먹잇감을 사냥했다. 인간은 달리는 속도에서 치타는 물론 늑대보다도 떨어진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강점이 두 가지 있으니, 도구 사용과 지구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력이다. 도구는 원시 인류에게 치타의 발톱이나 늑대의 이빨 역할을 해주었지만 지구력만큼 사냥에 결정적이지 않았다.

인간이 발휘하는 지구력의 핵심은 비전에 있다. 분명한 목표를 향해 참고 견디는 인내력,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을 추론하는 통찰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좇을 수 있는 상상력이 그것이다. 이런 비전이 있었기에 우리 조상들은 사냥감이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돼도 마음속에 목표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사냥 방식은 비전을 갖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냥감을 추적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여전히 야생의 숨결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갑자기 폭발적인 속도로 달려들어 목숨을 끊어버리는 치타의 방식이나 약한 사냥감만 골라 추격하는 늑대의 방식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방식은 그 어느 동물보다 강력한 지구력이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달렸다. 새벽녘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호수공원은 무척이나 한가했다. 짙은 흙내음을 맡으며 땀에 흠뻑 젖어 한 시간 남짓 뛰고 나면 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나무와 바람, 구름, 아련한 기억들, 그리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간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달리고, 또 달리는 데서 성취동기를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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