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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위선, 비밀정보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12>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2.08.03 09:50|조회 : 6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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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위선, 비밀정보
영화에 나오는 주식시장의 이미지는 온갖 음모와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다. 비밀정보와 주가 조작이 판을 치고 잘만 하면 한 건 크게 챙길 수 있는 곳이다.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연가시’에서도 주식시장은 이런 모습 그대로 그려졌다. 이 영화는 기생충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지만, 주식시장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김영민 분)부터가 잘 나가던 화학박사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곤두박질친 인물인데, 그의 동생이 잘못된 비밀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형까지 망쳐버린 것이다. 변종 연가시를 만들어낸 범인들의 동기 역시 주식시장에서 한번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한탕 심리였다. 이들의 비뚤어진 탐욕은 결국 엄청난 비극으로 끝난다.

다소 황당한 줄거리에다 비약도 많고 개연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에게 던져주는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다. “비밀정보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그렇다. 오죽했으면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이런 말을 남겼을까. “당신이 사장한테서 내부자 정보를 얻었다면 가진 돈의 절반을 날릴 것이다. 만일 회장에게서 정보를 들었다면 전재산을 잃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비밀정보를 얻고자 한다.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고, 남들이 모르는 걸 자신만 아는 것 같아 더 기분 좋다. 그래서 루머가 돌고, 미확인 정보가 떠다니고, 비밀정보가 유통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이나 대규모 무상 증자 같은 기업 내부의 정보도 있고, 큰손이 매집하고 있다거나 인수합병이 은밀히 진행 중이라는 시장 내부의 정보도 있다.

정보의 생명은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주가에 반영된, 그래서 남들이 다 아는 정보는 아무 가치도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정보 제공자가 왜 그것을 알려주었느냐는 점이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에드윈 르페브르가 쓴 투자의 고전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은 “선물을 가져오는 그리스인을 경계하라”는 말로 끝맺는다. “고마운 내부자”가 정보를 흘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처분하려는 것이라는 경고다. 당신의 주머니에 황금알을 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밀정보가 실은 당신의 귀중한 돈을 빼앗아가는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비밀정보로 이익을 챙기려 하는 헛된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한 장면은 음미해볼 만하다.(이 소설은 엇갈린 사랑을 그린 러브스토리지만, 일본의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시기에 쓰여져 주식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화자인 하지메는 사업을 하는 장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극비 주식 정보를 받는다. 그러나 이 “아주 특별한 정보”를 알려주는 아내한테 이렇게 말한다.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을 주식 같은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주식이 있다면 그건 부정이 개입된 주식이야.”

하지메는 그러면서 40년 가까이 성실하게 일한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이지 열심히 일했지만 남긴 거라곤 보잘것없는 집 한 채가 전부였다고. “당신은 투자한 돈이 보름 만에 확실하게 두 배가 된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800만 엔이 1600만 엔이 된다고 말이야. 하지만 난 그런 감각에는 뭔가 잘못된 데가 있다고 생각해.”

오늘도 대박을 터뜨릴 비밀정보를 알려준다며 선량한 투자자를 유혹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자신들의 말만 들으면 100% 아니 10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물론 거짓이고, 비밀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이렇게 거짓과 불법이 판을 치는 곳이라면 이들조차도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금융의 토대는 신용인데, 신뢰를 잃는다면 주식시장은 그 즉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해주는 곳이라는 말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비밀정보가 아니라 진실이다. 위선은 악덕이 미덕에게 바치는 경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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