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100.56 702.13 1128.60
▲8.16 ▲11.95 ▲0.1
+0.39% +1.73% +0.01%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맷집이 실력이다

[머니위크]청계광장

폰트크기
기사공유
일본에서 '프리터'(freeter)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87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불황의 어귀에서 탄생해 불황의 깊은 골에서 회자된 용어다. 당시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별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오래 버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하고 나면 여행을 떠나거나 유흥으로 날려버렸다. 일단 그 길에 들어서면 다시 직장인이나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영원히 '자유로운(free) 아르바이트생(arbiter)'으로 떠돌아야 했다. 처음엔 젊은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상징하던 이 말은 90년대 들어 해당 세대의 무책임을 의미하게 됐다.

우리는 아직까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길어야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지금까지 4년여가 흘렀을 뿐이다. 그 결과 대규모 프리터족의 탄생을 목격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의 프리터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우선 취업을 빙자해 그냥 노는 '니트'(NEAT)족(직장인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무리)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보다 상황은 좀 낫지만 정서적으로는 비슷한 집단도 있다. 그들은 직장에 들어가기는 한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방 떠난다. 이렇게 입사와 퇴사를 거듭하며 방랑자처럼 떠돈다. 웬만한 기업의 입사 후 1년 내 이직율이 70% 가까이 되는 요즘, 이들은 '방랑족'이라고 부를 만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이 프리터나 니트족보다도 더 큰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방랑족이 크게 늘었다. 1년은 고사하고 3개월 안에 회사를 떠나는 인력이 상당수에 이른다. 퇴사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다르다. 회사에 사직 의사나 계획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어느 날 그냥 잠적해버린다. 회사로서는 업무 인수인계나 후임자 채용 등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화가 어느 정도 풀리고 나서 당사자에게 잠적 이유를 물으면 답마저 한결 같다. 자신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심한 자괴감이 문득 들어서라는 것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대학 졸업자와 취업 재수생 1백만명 가까이가 공무원·공기업·대기업·금융기관 등의 최상위 일자리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그 일자리는 1년에 4만여개밖에 나오지 않는다. 숱한 방랑족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부류가 직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 방랑족도 있다. 이들은 만족하지 못할 일자리를 찾느니 차라리 창업을 하자고 생각한다. 창업시장에서 'M&F론'으로 불리는 창업자금(부모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대박을 꿈꾼다. 공급 과다에 경쟁마저 격화되는 상황에서 단시일 내에 성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창업 환경만 나쁜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어설픈 아이디어나 내고 겉멋만 부릴 뿐 죽기 살기로 달려들지도 않는다. 6개월이 채 안 돼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도권의 주요 상권이라는 홍대나 신사동, 각 대학가에는 이들 자영업 방랑족들이 부지기수다.

직장과 자영업 외에 젊은 방랑족이 대거 뛰어든 곳이 바로 투자 분야다. 일자리와 창업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단기간에 떼돈을 벌 수 있다고 꼽는 곳이 바로 우리 증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저성장기에 초보자들이 수익을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보다는 손실이 불가피할 때가 많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위험천만한 테마주나 파생상품, 작전의 유혹을 받는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 세대는 적립식 펀드에서도 방랑벽이 동한다. 3년여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약간의 손실이라도 보면 바로 해약해버린다.

어디서 활동하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재능이 하루아침에 꽃필 것으로 과신한다.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능 이전에 맷집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끈기가 가장 기본적인 실력이라는 사실을 외면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