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보니 어느새 공부까지 하고 있었어요"

▲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신이 나서 돌아다닌다. 손에 종이를 한 장씩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박물관, 전시관 등을 상상하면 일단 어둡고 조용한 엄숙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박물관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 활동지로 사회적기업에 도전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야 잘 자란다. 공부도 놀면서 해야 한다."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는 조기교육 열풍이 불어 닥친 2001년 당시 공부에 혹사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놀며 자라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조기 교육의 폐해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 대표는 해외여행 중 들른 유명 박물관에서 즐기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모두 손에 활동지를 들고 있었다.

이 대표는 “활동지가 궁금해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나이와 관심 분야를 물어보더라. 알고 봤더니 ‘수학으로 바라보는 박물관’, ‘역사로 바라보는 박물관’ 등 그 종류가 다양했다. 관심사에 맞춰 공부할 수 있도록 체계화 시켜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와 활동지를 직접 만들고 자녀와 함께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커뮤니티 회원들도 활동지에 큰 관심을 보였고, 농업박물관에서 활동지를 활용한 첫 행사를 개최했다. 소문을 듣고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모두 재미있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원했던 것.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박물관을 방문해 활동지를 활용한 학습을 진행했다. 2년여를 유지한 끝에 내린 결론은 ‘꼭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 내가 시작해야 겠다’ 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놀이나무’는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지원금도 받기 시작했다.

◇ 국내 유일 박물관 활동지 및 체험프로그램 개발

놀이나무는 박물관, 전시관, 전시박람회 등에서 활용 가능한 놀면서 공부하는 교재 및 교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사업 초반에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했다. 서울과학관의 활동지 ‘과학관에서 놀자’를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박물관과 미술관 콘텐츠 40개, 수원화성박물관 교재 등을 기획, 개발했다.

이어 체험프로그램인 ‘놀자아’도 개발했다. 놀자아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 콘텐츠를 박물관 및 지역문화시설과 연계시킨 프로그램이다. 충무공 이순신에 대해 배울 때는 광화문 ‘충무공 이순신’ 전시관을, 철도의 역사에 대해 학습할 때는 ‘철도박물관’을, 전쟁 및 사건을 풀어서 공부할 때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해당 박물관 활동지를 이용하는 식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역사, 사회 등을 배우게 된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학생들과 2시간 동안 신나게 논다. 많은 내용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지 모르게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형 창의적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물관을 다녀와서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리고 붙이면서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놀이나무는 더욱 확실한 자기주도형 학습을 위해 무료로 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엄마들의 경우 자녀에게 자기주도형 학습을 시키고 싶지만 박물관 학습, 활동지 활용 요령, 포트폴리오 작성 등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막막해 하더라”면서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 무료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을 하고 돌아오면 99.9%는 모두 놀이나무의 회원이 된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 포트폴리오.

◇ 체험교육프로그램 2배 성장…자립이 가장 큰 목표

박물관용 활동지는 각 박물관이 별도로 기획, 제작해야 한다. 이 대표는 국내 다양한 박물관, 전시관을 대상으로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큰 시장을 예상했지만 현장 사정은 이 대표의 생각과는 달랐다.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에서 교육비로 예산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국공립 박물관의 경우는 다른 자금을 대체해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사립박물관의 경우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공과금 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 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후원이 가장 절실한 때”라면서 “활동지 뒷면에 회사 이미지를 삽입함으로써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좋은 기업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광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놀이나무는 2011년 2억7000만원, 지난해에는 2억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동안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를 단행했다. 체험프로그램을 늘리고 교육의 질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노동부 지원을 받은 지 3년 되는 해로, 기업으로서 자립해야하는 가장 큰 미션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체험교육사업을 2배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 공헌은 놀이나무가 계획한 것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