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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독가스?', 모르냐 아느냐의 차이

[생활 속 산업이야기①]

생활속 산업이야기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입력 : 2013.05.18 10:53|조회 : 10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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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chemistry)'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음침한 분위기의 실험실과 수십 개의 플라스크 안에서 끓고 있는 기분 나쁜 색깔의 액체들, 혹은 뜻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원소기호나 공장 굴뚝을 타고 올라와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매연 덩어리. 화학에 약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치즈를 만드는 파란곰팡이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어쨌든 화학은 대체로 무섭고 어렵고 위험한데다 심지어는 더러운(!) 것으로까지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화학으로 인해 가능한 수많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정관념이 형성된 것은 전쟁에 사용되는 각종 살상용 독성물질에 '화학무기'라는 이름을 붙인 누군가의 책임이 크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의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학창시절 암모니아의 지독한 냄새를 맡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학=독가스'라는 등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 화학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전기로 보수작업을 하던 직원 다섯 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무색·무취의 가스에 의해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공기 중에 0.93%의 비율로 존재하는 아르곤가스는 그 자체로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공기보다 무거운 성질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 차오르다 보면 산소 결핍을 불러온다. 불산과 염소가스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단골손님들이다.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가 물리학의 어두운 과거라면 독가스는 화학의 부끄러운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화학은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편으로 나쁜 목적을 위해 악용되거나 사용자의 부주의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화학을 이용해 만들어진 독가스가 살상무기로 처음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5년 4월22일 이프르 전투다. 프랑스군과 대치중이던 독일군은 상대방 진영으로 염소가스를 날려 보냈다.

프랑스 군인들은 독일군 진영에서 피어오르는 노란 안개를 연막탄으로 생각하고 참호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파인애플과 후추를 섞어 놓은 듯한 냄새를 맡은 이들은 폐가 타들어가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이날 전투에서만 최소 5000명이 넘는 병사들이 염소가스에 의해 질식사했다.

이후 독가스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연합군과 독일군 양측진영에서 모두 사용되면서 엄청난 인명을 살상했다. 전쟁 초기에는 염소가스가 주로 사용됐지만 중·후반에는 겨자가스라 불리는 이페리트가 주종을 이뤘다.

겨자가스는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인체 내부로 침투해 세포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위력은 염소가스보다 더욱 무시무시했다. 살이 썩어 들어가면서 피부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다. 기관지의 점막까지 벗겨내 숨 쉴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맛봐야 했다. 독성을 해독할 방법이 없어 그저 빨리 오염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사린가스는 1995년 일본에서 옴진리교의 추종자가 지하철 테러에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500배나 높은 치명적 신경가스로 근육을 지치게 만들어 호흡을 곤란하게 만든다. 당시 러시아워의 지하철에 사린가스가 살포되면서 12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중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탄이 주 난방연료로 사용되던 시절,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도 몇 명씩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곤 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원인이었다.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 공급을 막는다. 공기 중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1%만 되도 헤모글로빈의 절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최근에는 공업용 화학물질을 잘못 취급하다 발생하는 사고들이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해 누출사고로 구미에서 수백 명의 주민을 대피하게 만들었던 불산은 반도체 세척이나 스테인리스강의 표면처리 등에 사용되는 산(Acid)의 일종이다. 반응성이 풍부하고 침투력이 강해 제조현장에서 화학 전처리 성분으로 널리 쓰인다.

침투력이 강한만큼 피부에 묻으면 강하게 파고들면서 심한 화상을 입힌다. 고농도의 불산을 과량 흡입하면 폐수종과 전해질 이상으로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사망한 근로자 5명의 사인도 이 같은 증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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