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연구위원이 제시한 '시간제 일자리' 성공비법은?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대책인 '시간제 일자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로조건의 비정규직 개념에서 탈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경준 한국정책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주최 이종훈·민현주)'에 참석, "파트타임 근로자 증가를 '바람직 하지 않은 현상'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는 시간제 근로의 성공조건으로 △비정규직 분류에서 탈피 △전일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는 인식 필요 △민간기업의 시간제 일자리 적극 활용 △근로시간 조정 청구권 도입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 등을 제시했다.

유 수석이 제시한 관계부처 합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고용률 70%에 달하는 10개국의 평균 파트타임 비중은 21.9%로 11.9%인 우리나라보다 2배 가량 높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를 '시간제 근로'의 성공사례로 꼽았다. 네덜란드는 경기회복 시기인 1983~2000년에 EU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연 2%의 일자리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4분의 3이 파트타임 일자리였고 근로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파트타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기간 동안, 풀타임(전일제) 근로시간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실제로1980년 63억시간에서 2000년 이후 70억 시간으로 증가했다.

유 수석은 "네덜란드처럼 시간제 근로에 대해 확실한 공정과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예를 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는 사회보험 적용이 배제돼 있는데 '두루누리' 사업과 연계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루누리 사업'은 10인 미만 사업장, 130만원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노사에게 지원해주는 제도다.

아울러 현재 한 묶음으로 돼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각각 분리해 단시간(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 개념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현행의 기간제법에 의거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정기준근로시간에 비해 일정한 수준 이하의 소정근로시간이 (이미) 약정된 경우, 동일 사업장의 다른 직무 종사자의 통상근로시간보다 낮은 경우 등을 고려해 시간제 근로 개념을 법적으로 보완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주영·유기준·서상기·김성태·신성범·이한성·나성린·이완영·최봉홍·이상일·윤명희·이만우·류성걸·강은희·이노근·김상민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수 고용복지법센터장(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등 노동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에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결국 양질이 아닌, 현재의 시간제 일자리보다 더 좋지 않은 일자리만 양상해낼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고용률 70% 달성의 정책수단으로서 제시된 개념이지만 고용정책이라는 전체적인 큰 틀에서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