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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효율적 시장과 비합리적 투자자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42>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3.10.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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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효율적 시장과 비합리적 투자자
올해 노벨경제학상발표 소식을 접하고는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 사람 아직 노벨상을 못 받았었나?"

세 명의 수상자 가운데서도 특히 효율적 시장 가설로 유명한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가 그랬는데, 하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투자이론을 정통 경제학으로 인정한 게 1990년대 이후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어쨌든 벌써 10년도 더 지난 2001년에 머니투데이에 연재했던 '월가를 움직이는 100인'에서 상아탑의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그것도 2회에 걸쳐 파마 교수를 다루었던 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가웠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잘 모르는 투자자는 별로 없겠지만 굳이 부연하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일정 시점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는 즉각 가격에 반영된다." 그래서 주가는 예측 불가능하며,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유명 애널리스트나 일류 펀드매니저도 시장 평균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인데, 여기서 꼭 한 가지 짚어두어야 할 게 있다.

파마의 효율적인 시장은 합리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정보의 투입에서 산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병목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따라서 정보가 너무나도 신속하게 퍼지기 때문에 어떤 투자자도 전체 시장을 앞지를 수 없다.

가령 아주 탁월한 펀드매니저가 있다고 하자. 그는 성실한 주식 분석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냄으로써 투자 성과도 우수하고 시장 전체적으로 주가와 내재가치의 괴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재가치를 반영한 시장가격의 변화가 워낙 효율적으로 "즉각" 이뤄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그의 분석이 쓸모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가에 반영되는 정보가 반드시 정확한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 역시 늘 합리적이지는 않아서 집단적으로 흥분하기도 하고 공황 심리에 빠져들기도 하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행동을 저지르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에 22% 넘게 폭락했던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 직후 실러 교수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20% 이상이 "정신이 극도로 산만했고 손에 땀이 났으며 가슴이 뻐근해졌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답했다. 그날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두려움이 삽시간에 전염되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실러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대부분의 투자자가 "내가 모르는 정보를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추론했다.

평소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가격은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매도주문이 갑자기 폭주하고주가가추락하기 시작하면 "내가 모르는 중요한 정보를 '그들이'쥐고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안 심리가 시장에 퍼져가면 개인 투자자든 기관투자가든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게 되고 패닉이 벌어지기 딱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투자의 세계가 이렇게 비합리적일수록 더 열심히 목표를 향해 총을 겨눠야 하는 게 투자자의 숙명이다. 그래서 파마가 노벨상을 받았든 말든 수많은 총잡이들이 오늘도 남들보다 더 뛰어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땀을 흘리는 것이겠지만,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는 대사인데, 자신이 총을 얼마나 빨리 뽑는지 자랑하는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에게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이 말한다. "실전에서는 뽑는 속도 같은 건 중요하디 않어. 얼마나 침착한가,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느냐,기게 다야, 기게!"

그렇다.속도보다 침착하고 대담한 행동이 더 중요하다.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결과다. 영화에서처럼 이런 말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왜 그 나이에 여기서 보초나 서고 계십니까, 침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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