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88.06 681.38 1129.20
보합 20.01 보합 9.82 ▼5.1
+0.97% +1.46% -0.45%
메디슈머 배너 (7/6~)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박정태 칼럼]내가 변하지 않으면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46>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3.12.13 11:15
폰트크기
기사공유
[박정태 칼럼]내가 변하지 않으면
 갖고 다니는 다이어리 수첩의 빈칸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부터 죽 훑어본다. 날짜마다 이런 약속, 저런 할 일, 그리고 미처 하지 못한 숙제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올 한 해도 그럭저럭 바쁘게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딱히 내세울 것은 없다. 손을 펴니 주먹이 사라진 것처럼, 눈을 뜨니 꿈이 달아나버린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가, 한 달 한 달이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지난해도 그렇게 지나갔고, 2011년에도 그 정도로 바빴다.

 다들 그랬을 것이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고 세상은 늘 이성적으로 정연하게 돌아가니까.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어떤 계기 같은 게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냥 지나쳐버렸거나 의식적으로 외면해버렸지만, 만약 붙잡았더라면 뭔가 확연히 달라졌을 그런 순간 말이다. 그랬더라면 이렇게 정상적이고 질서 잡힌 일상에서 일탈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좀 어렵다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의 한 장면을 보자.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대실 해밋의'몰타의 매'에 나오는 것인데, 사실 작품 줄거리와는 큰 연관 없이 주인공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유복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플릿크래프트란 인물이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우연히 공사장 앞을 지나는데 10층 정도 높이에서 철제 빔이 떨어져 바로 앞의 보도가 박살이 난다. 깨진 보도 조각이 튀어올라 그의 뺨을 강타하는 바람에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머리가 쭈뼛 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준 것 같았다.

 그는 훌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고, 또 그렇게 주변 환경에 맞춰 사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범적으로 살아도 어느 날 식당 가는 길에 철제 빔에 맞아 즉사할 수 있다. 죽음이란 이처럼 마구잡이로 찾아오며, 사람은 눈먼 운명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순간 그는 뭔가 깨닫는다. 지금까지 그는 안락하고 확실해 보이는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것이 실은 진짜 인생이 아니라 인생 본연의 길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인생을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변화의 방법을 찾는다.난데없는 철제 빔의 추락으로 자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으니 자기도 난데없이 살던 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모든 것을 남겨둔 채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다. 그리고는 두어 해 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가 스포케인이란 소도시에 정착해 두 번째 부인을 얻고 가정을 꾸린다. 골프도 다시 시작하고 친구도 새로 사귀고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고 자기 의지로 자신의삶을 변화시켰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1929년 9월 '블랙 마스크'라는 주간지에 연재되기 시작해 다음해인 1930년 2월 단행본으로 출간됐는데, 뉴욕 주식시장의 붕괴와 대공황의 와중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대성공을 거뒀고 영화로도 세 번이나 만들어졌다.(험프리보가트가 주인공 새뮤얼 스페이드로 나온 존 휴스턴 감독의 1941년도 작품은 특히 명작으로 손꼽힌다.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색의 조각상인 몰타의 매는 지난달 뉴욕의 한 경매에서 4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올해 투자 성적표가 그리 좋지 않더라도 자책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것을 두고 내가 왜 이렇게 했던가 못했던가 끙끙대고 속을 태워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한번 지난해 이맘때를 돌아보라. 그때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출구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넘쳐났고, 엔화 가치 하락과 중국 성장률 둔화에 따른 우려가 쏟아졌다.

 경제 문제는 늘 있어왔고, 어차피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세상이 아니라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내년도 지난해나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서 철제 빔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 전에 빨리 변화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오늘 지금 말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