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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에 대한 단상

[컬처 에세이]문화재에 대해선 '냄비' 근성 이제 발휘했으면

컬처 에세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12.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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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숭례문

# '국보1호' 숭례문은 2008년 어이없는 방화로 불탔다. 이로 인해 온 국민의 걱정을 샀다. 그런데 5년 3개월 만에 복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최근 숭례문의 부실 공사가 드러나면서 다시 논란이 뜨겁다. 완공 직후부터 단청이 벗겨졌고, 기둥 나무가 갈라졌다.

당장 지난 정부에서 공사 마감을 서두르려다 부실이 발생했다는 비판부터 나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관료들의 탁상 행정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화재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다 한 마디씩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도 거들었다. 문제가 되자 앞 다퉈 특종경쟁을 벌이면서, 설익은 의혹을 과장해 보도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당장 문화재청은 그야말로 여론의 난타를 당하면서 영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부 전언에 따르면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지난 3월 취임했다가 지난달 경질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이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에 대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다'라고 여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변 전 청장은 실무자들이 사실이 아닌 의혹제기에 대해선 적극적인 해명자료를 내고자 했으나, 문구를 수정하거나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엄중조사를 지시하면서, 사태 수습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변 전 청장은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결국 경질되고 말았다.

# 물론 문화재청이 잘 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부실 복구 논란과 관련한 여러 보도의 행간을 보면 문화재청의 관료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행태가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에 대한 무차별적 뭇매가 이번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원래 이런 논란이 일어나면 희생양이 필요한 법이다. 이런 저런 비리 의혹 제기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숭례문 기둥에 국산 금강송이 아닌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였다는 의혹이 한 예다. 금강송이라면 기둥이 그렇게 갈라질 수 없으므로 싼 러시아산 소나무가 사용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강송은 태백산맥 지역에서 자라는 품종이다. 조선시대 궁궐을 비롯해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의 기둥 부재로 가장 많이 쓰였다. 금강송 기둥은 개당 5000만 원대이나 러시아산의 시세는 100분의 1 수준인 5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요 문화재 복구에 엄청난 비리가 있었던 얘기여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경찰이 아직 조사 중인데도 마치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단정적인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차분히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감사원도 문화재청에 대한 대단위 감사를 벌이고 있다. 잘못된 점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만약 비리가 있다면 단호하게 처벌하되,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처럼 하수상한 시절에 새로 임용된 강순형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최근 만났다. 그는 1978년 국립박물관의 무보수 촉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일용직을 거쳐 1982년 정식 학예사가 인물이다. 이후 30년간 박사과정까지 학업에 정진하며 문화재 연구에 매진했다. 내년 초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어 향후 업무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최근 숭례문과 석굴암 등 문화재 보존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소회를 밝혔다.

강 소장은 "숭례문 복구 논란 등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문화재 연구자들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할 테니 국민들께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그는 석굴암 붕괴 위험 논란에 대해서도 "사찰의 대보살님들이 본존불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어 함부로 만져볼 수 없는데도 섣부른 보도가 많이 나갔다"며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으므로 국민들께서 안심해도 좋다"고 했다.

담담한 강 소장의 반론에 "문화재 공무원들은 박봉과 격무에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전체를 섣부르게 무슨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해선 안 된다"는 한 문화재 전문가의 쓴 소리가 생각났다. 어떤 일이 터질 때마다 '냄비 근성'을 발휘하는 일은 이제 좀 그만하면 어떨까. 특히 문화재에 대해선 말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냉철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문화도 활짝 꽃 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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