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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대신 0'...버튼잘못 눌렀다 파산? 위험한 옵션거래

[조성훈의 테크N스톡]베어링 은행 파산에서 도이치증권, 한맥 사태까지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3.12.28 14:12|조회 : 1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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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베어링은행 파산을 몰고온 닉 리슨 사건을 영화화한 악덕거래인들(Rouge traders)의 포스터.
95년 베어링은행 파산을 몰고온 닉 리슨 사건을 영화화한 악덕거래인들(Rouge traders)의 포스터.
지난 1995년 233년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 베어링 은행은 단돈 1파운드에 네덜란드 ING그룹에 매각됐습니다. 사건은 닉 리슨이라는 당시 28세의 젊은이의 오판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92년 7월 17일 베어링의 싱가포르법인 주식트레이더였던 입사 3년차 닉 리슨은 우연히 2만파운드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책이 두려웠던 그는 이 손실을 눈에 안띄는 휴면계좌에 은폐했습니다.

그는 손실을 만회하기위해 일본 닛케이 선물시장에서 도박성 옵션거래에 손을 댔습니다. 일본 엔화에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고 엔화가 일정범위안에서만 움직이면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단 가격대를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나는데 이는 수년전 중소기업 부도사태를 일으킨 '키코(KIKO)'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도박성 투자의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닉의 손실은 94년말 1억 6400만파운드까지 불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닉은 가공거래와 가격조작으로 회사에는 수익을 거뒀다고 거짓 보고해 거액의 보너스까지 지급 받았습니다. 그러다 95년 1월 결국 꼬리가 밟힙니다. 고베지진으로 닛케이 지수가 폭락하면서 무려 670억엔을 날렸고, 총 손실은 14억달러에 달하게 됐습니다.

영국 6위 은행이던 베어링은 한 젊은이의 오판으로 허무하게 파산했습니다. 닉 리슨은 4년 가량 징역형을 치른뒤 '악덕거래인'(Rogue Trader)이라는 제목의 자사전을 써냈고 이는 99년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영화(국내에서는 '겜블'로 개봉)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성훈 증권부 기자
조성훈 증권부 기자
이는 선물옵션거래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표적 사건입니다.

지난 2010년 11월 11일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터졌습니다. 옵션 만기일이었던 그날 장마감을 10여분 앞두고 동시호가에 들어갔을때 1976까지 지수가 올라서며 긍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돌연 장종료 몇분 앞두고 대형주들이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이른바 도이치증권 옵션사태입니다.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무려 2조 4000억원대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증시가 혼란에 빠진 것입니다. 도이치증권은 당시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을 대량매수한 뒤 대규모로 매물을 쏟아내 450억원가량의 부당이익을 거뒀습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심 판결이 진행중입니다.

옵션거래는 주식이나 채권, 주가지수 등 특정자산을 미래의 일정시점에 정한가격으로 사거나 파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입니다. 살권리는 콜옵션, 팔권리는 풋옵션이라고합니다.

매수의 경우 권리를 포기할 수 있어 손실이 제한적이지만 매도시엔 매수하는 계약자에게 '이행의무'가 주어지는 만큼 손실이 무한정 커집니다.

선물옵션 거래의 투자방법은 고도로 복잡해 자세히 파악히기 힘듭니다. 트레이더들은 자기판단에다 독자적인 알고리듬을 적용해 거래합니다. 특히 프로그램매매 기법을 활용해 일정한 거래조건을 만들어 냅니다. 리스크를 낮추고 주가폭락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2일 한맥투자증권이 지수옵션시장에서 460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건은 의도치않은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파산까지 거론될 정도로 그 파장은 심각합니다. 결국 선물옵션거래의 위험성을 간과한 참사입니다.

회사에따르면, 이 사건은 선물옵션거래 프로그램에 주문조건을 잘못 입력해서 벌어졌습니다. 옵션가격 변수인 이자율을 계산하는데 '잔존일수/365일'을 입력해야할 것을 '잔존일수/0'으로 잘못입력해 비정상적인 호가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컴퓨터는 모든 코스피200옵션에서 차익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4만건 이상의 매도 주문을 쏟아낸 겁니다.

이같은 착오거래 호가가 나오자 거래 상대방 특히 외국인들이 횡재를 했습니다. 의무이행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자본금 268억원에 불과한 한맥증권으로선 이같은 거액을 납입할 여력이 없어 일단 거래소가 결제 적립금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대신지급했습니다.

거래소는 한맥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인데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맥은 파산이 불가피합니다. 한맥증권은 이 때문에 거래 상대방을 찾아다니며 읍소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실수였던 만큼 국제관례에따라 이익금을 돌려달라는 것인데 일단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보전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증권사 이익은 10억원대로 미미하고 이익의 대부분은 외국계가 가져갔습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10억원가량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나머지 400억원의 차익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맥투자 증권의 과욕과 부주의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대규모 주문을 위한 프로그램 매매가 보편화됐지만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선물옵션 거래의 리스크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통상 파생상품거래는 초고속주문전용선(DMA)을 통해 순식간에 체결됩니다. 하루에도 거래가 수십만건이 이뤄질 만큼 매매가 잦은 가운데, 이른바 '팻핑거'(뚱뚱한 손가락, 버튼을 잘못누르는 실수를 지칭)같은 주문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데도 이를 막기위해 사전에 호가를 필터링하는 식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증권사들의 선물옵션 거래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내년 2월 한국거래소가 차세대 매매체결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를 도입하면서 '킬스위치'(kill switch)를 도입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킬스위치는 주문착오시 해당계좌에서 나온 호가를 일괄 취소하는 기능입니다. 거래소는 또 한꺼번에 과다호가 접수제한 제도도 도입하기로했습니다.

거래소의 안전장치와는 별개로, 한맥증권 사태같은 불행한 사건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과 규제강화가 시급합니다. 물론 일확천금을 벌어보겠다는 과욕도 함께 다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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