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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시장과 양파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49>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4.02.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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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시장과 양파
내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 가운데 제목이 특이한 것을 고르자면 '세속의 철학자들'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진보적 경제학자로 손꼽혔던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책으로 아담 스미스에서 칼 마르크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쉽게 풀어 쓴 책인데, 제목의 내력이 재미있다.

하일브로너가 처음 생각해두었던 책의 제목은 '돈의 철학자들(The Money Philosophers)'이었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세속의 철학자들(The Worldly Philosophers)'이 더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고 한다. 하일브로너는 기쁜 나머지 그날 점심까지 자기가 사고 제목을 그렇게 바꾸었다. 저자 서문에서 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지? '돈의 철학자들'은 이들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까?

내가 언젠가 쓰고자 했던 글이 바로 이런 인물들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이들은 상아탑에서 혹은 거래 현장에서 수익률과 리스크, 한마디로 돈이라는 괴물과 씨름했다. 그것은 곧 주식시장의 핵심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실은 나 역시 이들처럼 시장의 진실과 투자의 본질을 탐색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시장 자체가 너무 막연하고 좀처럼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탐색해 갈수록 양파처럼 껍질만 늘어나고 눈만 아리게 만드는 게 바로 시장이다. 답을 찾아 기억 속의 단편들을 이리저리 마음속으로 정리해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시장을 열심히 관찰하고 연구하다 보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뭔가 희미한 단서를 만나기도 한다.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씩 생각의 단편들을 모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전히 이 단편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답답해한다.마치 조각 그림 맞추기에 필요한 조각들을 무수히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정확히 어느 자리에 끼워 넣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다.그럴 때마다 시장은 태산처럼 거대해 보이고 내가 가진 지식은 아주 초라해진다.

주식시장 연구를 내 주된 탐구 대상으로 삼은 지 벌써 16년이 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시장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매일같이 시장이 던지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내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그것을 풀 수 있는 확실한 단서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그래서인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필이면 왜 돈이 중심이 되는 분야를 파고든 것일까? 다른 고상한 분야도 많은데 말이다.

가령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세계는 얼마나 아름답고 여유 있으며, 갈수록 관심도가 높아지는 의학이나 환경 분야는 얼마나 건강한가? 그에 비해 주식시장은 얼마나 치열하고 각박한가?

모두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린다. 다들 훌륭한 성과, 평균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아무리 찾아봐도 지름길은 없고 정답도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캐면 캘수록 더 어렵다.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이제 겨우 어렴풋이나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토록 풀려고 애썼던,그것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던, 시장을 푸는 열쇠는어쩌면고르디오스의 매듭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그야말로 온갖 문제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서 논리와 지식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것이 시장이다.알렉산드로스가 했던 것처럼 단칼에 잘라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면 투자에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식시장에는 나이와 직업,재산과 학력이 전혀 다른 수백만 명의 개인과 기관이 참여한다.이들은 시장에서 매일같이 경쟁한다.그런 점에서 주식시장은 아주 거대한 경제학적 실험장이다.

인간의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고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주식시장 연구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가는 과정인 것이다.투자의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체험하는 가치 역시 우리 삶에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서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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