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늬만 규제완화.."똑같은 규제 시행령에 그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1일 내놓은 모범거래기준 규제완화를 놓고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 등 관련업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 규제완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모범거래기준에 나와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500m 이내 출점 제한 같은 규제를 푼다고 해도 이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을 막고 있어 규제완화의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주는 무리한 점포 리뉴얼 방지 같은 규제도 이미 지난 2월 발효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고스란히 옮겨 담아 모범거래기준이 아니어도 똑 같은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실질적인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완화를 위한 규제완화에 치우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끝장토론'을 불사하며 공무원들의 경직성을 지적했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다른 방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규제들만 없애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론 '환영' 속으론 '글쎄'
지난 21일 공정위가 내놓은 18개 모범거래기준 폐지(올 3분기) 같은 규제완화가 단적인 예다. 공정위는 2012년 4월 제빵, 7월 치킨·피자, 11월 커피전문점, 12월 편의점 등의 모범거래기준을 잇따라 발표하며 점포 과포화 방지를 이유로 250~1500m 밖으로 신규출점 거리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같은 규제가 과도하다는 판단으로 2년 만에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공정위 규제완화가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개정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서 모범거래기준 주요 내용들을 자리만 옮겨 모두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그나마 거리 제한을 없앤 것은 개정안에도 없어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만 동반성장위가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 등의 신규 출점 자체를 막고 있어 규제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일률적으로 거리제한을 두는 것보다 영업지역을 설정하는 것으로 조금 완화하고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규제가 풀렸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오히려 모범거래기준이 가맹사업법으로 반영됐기 때문에 더 강제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도 이참에 전향적으로 프랜차이즈 빵집 등의 규제완화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동네빵집 등 골목상권과 실질적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는다면 규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생색내기보다 '상생완화·폐지' 필요
현장의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된 규제완화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시장 질서를 위해 정부 규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히 맞지만 시장이나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과 규제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갈등 당사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전혀 소용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규제는 여러 정부 부처에 다양하게 걸쳐 있는데도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지 않고 '윗선 보고용'으로 규제를 푸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