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개편 급물살···다음은 이건희 회장 지분증여?

"다음은 이건희 회장의 지분 증여다"

삼성SDS 상장에 이어 삼성에버랜드 상장이라는 '깜짝 뉴스'를 전해들은 시장의 눈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계열사간 지분 정리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 처리가 핵심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지=김지영 디자이너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증여할 때는 삼성문화재단에 지분을 넘기고 이를 이건희 회장이 사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 결과 1965년에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고 1977년부터 지분 승계를 시작한 이후 이건희 회장이 납부한 증여 및 상속세는 약 181억원이었다. 당시 주식의 상속은 일반 거래세만 부과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이용한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포석을 닦을 거란 분석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가운데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498만5464주(3.38%)와 우선주 1만2398주(0.05%), 삼성생명 보통주 4151만9180주(20.76%)를 보유하고 있다. 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는 7조3428억8978만원이고 삼성생명의 지분가치는 4조2764억7554만원이다.

삼성전자는 상장사이고 이건희 회장은 최대주주에 해당되므로 이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을 받게 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0% 미만인 만큼 20%의 할증을 적용하면 3.38%의 증여가액은 약 9조5456억원이 된다. 여기에 30억원 이상 증여시 증여세율 50%를 부과하면 4조7728억원이 된다. 6개월 이내 증여세 신고시 10% 공제 규정을 적용하면 4조2955억원이 최종 납부세액이다.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은 30% 할증(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1.1%)을 받아 최종 증여세 2조5902억원이 나온다. 증여세 기준 주가는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로 산출해야하지만 편의상 전일 종가를 적용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분을 3세 일가가 모두 증여받기 위해서는 총 6조8857억원, 약 7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3세가 아닌 삼성에버랜드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영리법인이 면제받는 증여세-영리법인이 유상증자 등으로 받는 증여재산가액의 10%)*상속인 및 직계비속의 영리법인 주식 지분율만큼 내면 된다. 원래 증여세 4조7728억원에서 증여가액 9조5456억원의 10%를 제외한 약 3.8조원에 이재용 부회장 오너 일가의 지분율 41.9%를 곱한 약 1.6조원만 내면 된다.

직접 증여에 비해 증여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버랜드 증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3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 적어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3.38%) 만큼은 전량 3세에게 직접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다.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고 삼성 관련 재단에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5% 미만 지분 기부시 증여세가 면제)이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분의 소유권이 소실돼서다.

김지웅·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은 후계 상속 및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직접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은 삼성전자의 배당 증대를 통해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증여세 재원은 삼성SDS 상장 후 지분 매각으로 약 2조원을 납부하되 남은 세금은 연부연납(5년간 분할 납부)으로 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배당금 증액이 유력해 보인다. 삼성전자가 연간 10조원을 배당할 경우 이 회장 증여 지분의 연간 배당금은 약 3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배당총액은 약 2조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