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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폭파 협박범' 검거 형사, 알고보니 '미제 사건' 전문가

[경찰청사람들]서울 광진경찰서 서주완 경위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입력 : 2014.08.31 11:00|조회 : 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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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경찰서 강력5팀 소속 서주완 경위 / 사진=이원광 기자
광진경찰서 강력5팀 소속 서주완 경위 / 사진=이원광 기자

"군자역을 폭파시키겠다."

지난 14일 오후 5시35분 경찰에 이같은 협박전화가 걸려오자 한 강력계 형사의 머릿속엔 교황이 떠올랐다. 군자역은 교황이 방문 중이던 천주교중앙협의회와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

서 경위는 빠른 시간 내에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폭파 장치가 설치된 곳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 테러를 막기 위해선 범인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서 경위는 위치 추적을 통해 밝혀진 공중전화 인근 주변 가게 CC(폐쇄회로)TV를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진입·도주 동선을 파악해 지하철에서 카드를 사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주거지를 특정해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2시간10분이면 충분했다.

취중에 50만원 내기로 폭파 협박 전화를 한 철없는 20대를 단 2시간여만에 검거한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5팀의 서주완 경위(43). 이 사건은 서 경위에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서 경위는 화양동 방화살인사건과 아차산 부녀자 살인사건, 평창 암매장 살인사건 등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한 '진짜' 강력계 형사였다.

◇ "살인사건 피의자와도 교감해야"

폭파 전화에 교황을 떠올린 순발력은 살인사건 2건의 피의자 이모씨(42)를 검거할 때도 발휘됐다. 2009년 9월26일 화양지구대 소속 경찰의 검문에 잡혀온 이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풀려날 상황이었다. 당시 서 경위는 '지금 놓치면 안된다'고 판단해 경찰서 입구에서 이씨를 절도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2001년 화양동 방화살인사건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이씨의 차 안에서 나왔어요. 범인이라고 직감했죠. 물론 풀어주고 이틀 정도 뒤에 다시 잡아들이면 지구대가 아닌, 저나 저희 팀의 공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사건이 식어버려요. 피의자에게 자백을 받아야 되는데 여유를 주면 몰아붙일 수가 없죠. 공만 생각하다 사건은 미제가 됐을 겁니다."

이후 서 경위는 이씨를 12시간 사무실 책상에 앉혀뒀다. 이씨는 6시간에 걸쳐 "너가 범인이지", "너가 했잖아" 식의 추궁을 받아왔던 터라 이같은 방식으론 자백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경위는 '나만의 스타일'로 했다고 밝혔다.

서 경위는 작은 배려에도 민감했던 이씨의 마음을 간파했다. 손목시계나 담배를 이씨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줬다. 이씨의 신체부위나 스스로 리폼한 여성 속옷이 찍은 사진 등은 조심스레 책상 밑에서 확인해 이씨의 수치심을 줄여줬다. "이OO씨, 물 좀 갖다드려라" 등 존댓말로 대했다. "야 인마", "이 변태자식아" 등 일부 형사들과 달랐던 서 경위에 이씨는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이미 2차례 결혼을 했던 남자와 재혼을 했죠. 형제가 대여섯 있는데 가족의 정을 느끼기 어려웠어요. 초등학교 때는 아차산 근처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며칠 동안 이런 얘기를 다 들어줬습니다.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는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저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아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씨는 2001년 9월 서울 광진구 화양동 한 주택에서 여성을 살해했다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광진경찰서 강력5팀 소속 서주완 경위 / 사진=이원광 기자
광진경찰서 강력5팀 소속 서주완 경위 / 사진=이원광 기자
◇"거짓말은 들통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서 경위의 '감'(感)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도착증과 분노 조절 장애를 겪던 이씨에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화양동 방화살인사건의 자백을 받은 뒤에도 이씨와 대화를 계속했다. 서 경위는 추석 연휴가 포함된 11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 3일 동안 한숨도 못 자기도 했다. 이 기간 이씨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특정 조건이 이뤄지면 살인을 합니다. 바로 사람이 없을 때 말이죠. 경기도 이천까지 쫓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껴들고 경적을 울렸기 때문이에요. 차가 한적한 데 정차했으면…. 다행히 아파트 입구에서 가족들이 그 운전자를 기다렸죠. 사진을 찍어놓은 것도 있더라고요. 인적이 드문 곳,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산이었어요."

문득 이씨가 말문을 열었다. "'왜 약숫물에 세수를 하냐'고 잔소리를…." 산에서 무시당한 적이 있냐고 묻자 이씨는 1995년 아차산 약수터에서 부녀자 머리를 돌로 쳐 살해한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이씨가 소장한 한 포르노 사진과 동일한 수법이었다.

◇ "사체 없어도 해결한다"

두 살인사건 수사 후 다른 미제 사건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모씨(51) 등 4명은 2000년 11월 회사 대표 강모씨(58)를 살해하고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서 경위는 이 미제 사건에 대해 "내 눈에는 정말 좋은 사건으로 보였다"며 "올해는 이것으로 끝장을 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사건 해결을 위해선 용의자 중 한 사람에게 자백 받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7개월에 걸쳐 암매장 장소를 수색했으나 사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용의자 주변에 정보원을 심고 의료기록을 살피는 동안 양모씨(59)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한 요양원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진심으로 설득했습니다. '죽기 전에 사체라도 찾아줘야 하지 않나. 강 사장 형 지금도 고생하는데 제사라도 지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죠. 양씨 뿐 아니라 양씨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나눴죠. 그러다 한숨을 쉬더니 자백을 해요. 모자란 부분이 있어 영상촬영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사망했죠."

양씨의 자백 사실을 전해들은 공범 김모씨도 서 경위를 찾았다. 두 사람의 진술을 증거보존하고 10년간 쌓였던 정황 증거와 맞추기 시작했다. 서 경위는 사체 없는 살인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김씨 등을 구속하고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 "미제 사건은 심리전"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마친 서 경위는 다시금 화양동 살인사건을 떠올렸다. 팀원들의 노력이 없이는 사건 해결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 서 경위는 "미제 사건은 심리전이에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 증거가 부족하기 일쑤죠. 따라서 자백이 중요합니다. 이때 팀이 하나로 움직여야 해요. 제가 용의자를 조사하고 있으면 마치 없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다같이 존댓말도 해주고 배려해주는거죠"라고 말했다.

다른 미제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이때 팀장이나 선배가 '쓸 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영장 쳐' 하면 조사 못합니다. 팀 전체가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거죠. 용의자에게 생일파티까지 열어주잖아요. 이것이 광진서가 검거 실적이 좋은 이유입니다."

이원광
이원광 demian@mt.co.kr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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