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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中 최초 진짜 다국적 기업 된 비결은

[김신회의 터닝포인트]<45>호칭 파괴 등 '레노버 방식' 세계 1위 PC업체 부상

김신회의 터닝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4.09.01 06:01|조회 : 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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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양위안칭 레노버 CEO(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양위안칭 레노버 CEO(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요즘 직급에 따른 호칭 대신 이름에 '님'이나 '매니저' 등을 붙여 부르는 회사가 늘고 있다. 심지어 '별명'을 지어 부르는 곳도 있다. 직급이나 연차를 뗀 수평적 의사소통이 창의성을 북돋아 경쟁력을 키우는 조직문화의 바탕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조직문화커녕 호칭 하나 바꾸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호칭 파괴에 나섰다가 기존 직함을 되돌린 회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계 최대 PC(개인용컴퓨터)업체이자 중국 토종기업 중 첫손에 꼽히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한 레노버도 마찬가지였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일찍이 다른 중국 기업처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경직된 문화로는 레노버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오래된 습관은 CEO의 말 몇마디로 바뀔 게 아니었다. 레노버의 지나 차오 글로벌 인력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과 욜란다 코니어스 최고다양성책임자(CDO)는 최근 당시의 경험을 녹여 쓴 '레노버 방식'(The Lenovo Way)이라는 책에서 직원들이 격식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운 설득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

호칭을 파괴할 때도 그랬다. 직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양 CEO는 1999년 어느 날 중국 베이징 본사 로비에서 임원들과 함께 직원들을 맞기 시작했다. 양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인 채 로비에 들어선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물론 인사는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해야 했다.

차오 부사장은 처음엔 직원들이 무례하게 보일까봐 말을 얼버무리는 등 상사의 이름을 부르길 꺼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 사이 회사에선 옛 호칭을 쓰는 직원에게 벌금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 결과 양 CEO는 이제 직원들 사이에서 영문 이름의 머릿글자를 딴 'YY'로 불리게 됐다.

차오 부사장과 코니어스 CDO는 기업문화를 바꾸는 일이 매우 더디고 평탄치 않은 과정이지만 많은 경우 로비 인사와 같은 작은 변화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레노버는 미국에서 회의를 할 때 중국 전통 차와 커피를 동시에 내놓았다. 중국인 관리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미국 문화를 배려한 조치다. 대화에 갑자기 끼어드는 미국인과, 얘기할 차례를 기다리는 중국인의 의사소통 방식 차이를 서로 이해하자는 의미도 담겼다.

레노버는 인력관리, 전략, 연구개발(R&D) 등 주요 부서의 임직원을 상대로 이틀간의 비교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동서양의 만남'(East Meets West)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문화 다양성 관리'(Managing Across Cultures)로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까지 5만4000명의 레노버 임직원 가운데 수천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미국 경영 전문지 스트래티지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레노버가 2005년 IBM의 PC 부문을 인수할 때만 해도 기업문화는 혼란 그 자체였지만 이젠 중국 최초의 진짜 다국적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2004년 IBM과 인수 협상을 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온 레노버 대표단 가운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최고재무책임자(CIO) 단 한 사람뿐일 정도였다. 차오 부사장은 IBM 인수 직후 레노버 기업문화에는 2개의 강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세계화 흐름에 맞춰 기업문화를 개방적, 수평적으로 뜯어고치려 했던 레노버의 노력은 결국 이 회사가 IBM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PC업체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60여개국에 진출해 전 세계 160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는 레노버의 2013회계연도(2014년 3월까지) 매출은 390억달러로 2008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레노버는 올 들어 구글의 휴대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모빌리티와 IBM의 저가 서버 사업부문을 잇달아 인수했다. 레노버가 또다시 기업문화 조정에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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