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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을 떠도는 사람들

[웰빙에세이] 생태 감수성을 위한 글-2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4.10.17 14:56|조회 : 1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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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을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 속옷조차 입은 않은 완전 맨 몸이다. 털채 같은 것 하나만 달랑 들고 있다. 그것으로 조심조심 발치나 앉을 자리를 쓸곤 한다.

인도 자이나교 수도승이다. 그들은 어떠한 생명도 해치지 않겠다는 서원을 지킨다. 그것은 지독한 고행이다. 다큐멘터리 <하늘을 입은 사람들>은 그들을 다뤘다. 여기에 나오는 한 수도승의 모습을 보자.

◆ 자이나교 수도승의 누드 행진

데비시 사가라지. 세속의 일을 모두 마치고 예순 아홉에 출가했다. 대지주이자 성공한 재력가로 아내와 두 아들을 뒀지만 모두 내려놓는다. 그게 벌써 10여 년 전이다. 지금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오직 털채와 주전자뿐이다. 머무는 집착을 떨치기 위해 매일 떠난다. 맨몸 맨발로 하루 20여 km를 걷는다. 차를 타지 않는다.

밥은 하루 한 끼 아침만 먹는다. 물도 이때만 마신다. 그릇도 수저도 없어 그냥 서서 손으로 받아먹는다. 맛을 탐하지 않는다. 음식은 완전 채식이다. 그나마 감자 양파 마늘 생강 같은 뿌리 채소는 안 된다. 뽑는 과정에서 벌레들을 해치기 때문이다. 브로컬리처럼 벌레가 많이 끼는 채소도 안 먹는다. 토마토, 가지, 석류 등 생명의 싹인 씨앗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식물도 삼간다. 부정한 음식 먹으면 영혼이 오염된다고 여긴다. 신도들이 따라 다니며 이 까다로운 식사를 챙긴다.

물은 걸러 마신다. 걸망에 걸린 미생물과 벌레들은 되돌린다. 약품 처리한 수돗물은 안 된다. 손발을 씻는 허드렛물도 하루 두 주전자 이상 쓰지 않는다. 물을 쓰는 만큼 여러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

석 달에 한 번씩 머리칼과 수염을 제 손으로 뽑는다. 털이 자라면 그 사이에 이 같은 것이 살고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칼이나 가위가 없으니 머리카락도 손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일행은 17명이다. '아차리아'가 그들을 이끈다. 그는 열여덟에 입문해 40년 이상 고행한 큰 스승이다. 아차리아는 현생에서 해탈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는 자이나교의 성자다. 옷을 다 벗은 나체승은 아차리아를 포함해 다섯이다. 그 뒤를 조금 덜 벗은 수도승 넷과 흰 무명천을 두른 여자 수도승 여덟이 따른다.

옷은 아무나 벗는 게 아니다. 탈의(脫衣)는 수행 수준이 가장 높은 수도승들에게만 허용된다. 처음에는 위아래 모두 입고, 진전되면 아래만 입다가 수행이 깊어지면 모두 벗게 된다. 그러나 여성 수도승들은 한 겹의 천으로 몸을 가린다. 이 한 겹이 마지막 해탈을 막는다. 그녀는 다음 생에 한 번 더 남자로 태어나 나체로 수행해야 한다.

◆ 하늘이 내 이불이고 땅이 내 잠자리

오늘은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왔다. 아들은 아버지를 깊이 존경한다. 그는 자기 차에 아차리아와 아버지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붙였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걸으며 또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말이 없다. 무심하다.

누군가 그에게 묻는다.
"당신 집에 가봐도 될까요?"

그는 답한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소년 같다.
"그건 당신들 마음이죠. 그 집은 내 집이 아니에요. 이 세상이 내 집이에요. 하늘이 내 이불이고 땅이 내 잠자리입니다."

그래서 자이나교 수도승을 '하늘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에게는 해가 기울어 발길을 멈추는 곳이 곧 집이다. 모기들이 덮치지만 그냥 잘 잔다. 벌레가 많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이렇게 길 위에서 보낸다. 오늘도 그들은 푸른 하늘을 옷 삼아 걷고,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들 것이다.

자이나교에서는 살생이 가장 큰 죄업이고 살생을 범할수록 해탈에서 멀어진다. 불살생을 위한 고행은 육신의 욕망을 정복하기 위한 용맹정진이다. 무소유와 비폭력은 맑은 영혼에 이르기 위한 치열한 수행이다.

소년 같은 수도승은 말한다.

"나는 세속에서 부자이기보다 여기에서 부자이고 싶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고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영혼의 행복과 평화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깨끗이 만들고 싶어 합니다."

◆ 심각하고 지독한 생명 불감증

그는 아주 별난 사람이다. 일행들도 똑같다. 생명을 해치지 않으려는 그의 수행은 지독하다. 가혹하다. 상식을 넘어선다. 그런데 그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부드럽다. 자연스럽다. 해맑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더 이상할 수 있다. 내가 더 별날 수 있다. 나의 생명 불감증이 더 심각하고, 더 지독할 수 있다.

- 구제역이 퍼지면 수백만 마리 소와 돼지를 몰살해 구덩이에 쓸어버리고도 식욕이 동하는 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 조류 독감이 돌면 수천만 마리 닭과 오리를 무차별로 생매장하고도 고기를 찾는 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 가축을 먹을거리 상품으로 집단 사육하고 도살하는 축산 시스템이 당연한 줄 아는 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 광활한 숲을 뭉개 옥수수를 심고, 그 옥수수를 모조리 가축에게 먹인 다음 그 가축을 잡아먹는 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 정력에 좋다면 곰 쓸개든, 사슴 피든, 물개 생식기든, 잠자는 개구리든 개의치 않는 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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