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等 등록금 카드납부 금지…"왜 대학만 카드 안 받나"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누리당 홍일표·홍지만 의원 주최로 '대학등록금 납부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김현정 기자

고려대·경희대·홍익대 등 다수의 대학들이 등록금 카드납부를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송 모씨(25·여)는 16일 "우리가 마트 등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현금과 카드 둘 다 되는 것처럼 등록금도 카드로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등록금도 엄연히 수업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채 모씨(26·여)도 "세상에 학원비, 체육관비 다 카드 받는데 대학에서만 카드 안 받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요즘 카드 결제를 거절하면 신고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왜 안 받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없었던 김 모씨(54·여)는 "요즘 세금도 카드로 납부하는데 대학에서만 안 해주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교육기관인 만큼 학부모의 편의를 생각해 먼저 앞장서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수수료의 납부 주체에 대해서는 대학이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희대를 졸업한 김 모씨(28·남)는 "학교 측에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이란 곳이 기업체와 같이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에게 최우선의 편의를 보장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두 자녀를 둔 임 모씨(50·여)도 "수수료를 내라고 한다면 카드 납부를 못할 것"이라며 "등록금 부담 때문에 엄마들은 단 1%에도 민감한데 대학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과 학생이 수수료의 일부를 각각 부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고려대를 졸업한 김 모씨(27·남)는 "고용·산재 보험 같은 경우 납세자가 금액의 일부를 부담하듯이 대학 등록금 수수료의 경우에도 학생이 일부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다만 수수료의 비율이 1% 이상이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금 카드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분할 납부를 시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등록금 납부 시 카드사용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분할 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학생들 교육 재정에 쓰여할 돈이 카드사 수수료로 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행을 안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장학금 수혜자 및 학자금 대출자는 분할납부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여대의 경우 장학금감면 150만원 초과자를, 성신여대의 경우 △복학예정자(등록휴학자) △초과학기자 △정부학자금대출 신청자 △장학금이 등록금의 40%이상 등을 제외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올해부터 분할납부 제도를 개선한 대학도 존재했다. 분할납부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교육부의 권고사항 때문이다.

심민우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작년엔 2회 실시했던 분할납부를 올해부터 교육부 권고로 4회로 늘렸다"며 "올해 학생들이 분할납부를 얼마나 이용하는 가를 판단해 추가적으로 제도를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카드납부 방식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현 대학의 입장에 대해 그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11월 열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활용해 올해 1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164개로,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대학 423개의 38.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소재 주요 4년제 대학 중 서울대, 서울교대, 연세대, 서강대, 중앙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건국대, 동국대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아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