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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며 남긴 시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입력 : 2015.05.02 08:15|조회 : 12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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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족이 세상을 뜬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외할머니 이후 처음이었다. 말하자면 철 들고 난 뒤 처음 겪는 죽음이었다.

죽음으로 하는 이별은 잔영이 오래 가고 때로 걷잡을 수 없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의 경험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시댁은 아파트 2층인데 시아버지 방에서는 아파트 단지의 운동장이 바로 내려다 보였다. 여름 해질녘이면 운동하는 사람들로 운동장이 바글거렸다. 시아버지는 붉게 물드는 고즈넉한 풍경 아래 시끄러운 소리가 빚는 부조화를 좋아했다.

주말 해질녘에 조용한 집에서 문득 창 밖을 바라보면, 창 밖을 바라보며 계시던 시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시아버지 생전엔 아무리 해질녘에 창 밖을 바라봐도 떠오르지 않던 시아버지 모습이 사후가 되니 어쩐지 그리워지는 것, 그것이 죽음으로 하는 이별의 잔영이자 가슴 속에서 불쑥 올라오는 감정이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목사님이 우리 부부를 위로하면서 "부모는 죽음으로써 마지막 선물을 남긴다"고 말했다. 생전엔 가볼 수 없는 죽음의 길을 가까이서 보여줌으로써 자녀에게 인생의 유한함을 가르쳐주고 떠난다는 것이다. 시아버지가 보여준 인생의 덧없음이 어떤 선물을 내게 남겼나 돌아봤다.
세상을 떠나며 남긴 시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1. 지금 이 순간 내게 있는 것만이 진짜다=살아계실 때 별로 생각나지 않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끔씩 생각나는 것은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은 다시 볼 수 없어 더 애틋하게 그리운 법이다. 그럴 때마다 살아계신 시어머니, 어머니, 아버지와 더 자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뿐일 때가 많다. 우리 모두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주 하지만 '있을 때 잘해'를 잘하진 못한다. 지금 있으니 잘해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얼마나 허락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는 평생 지금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으려 애 태우며 사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늘 옆에 있는 레트 버틀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의 남편이 되어 버린 애슐리 윌크스를 차지하려 헛된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모른 채 손에 잡을 수 없는 무지개라는 허상을 좇으며 평생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톨스토이의 단편 '세가지 물음'에서 한 황제가 모든 일을 하는데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내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해야 일을 그르치지 않는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현인은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접촉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게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2. 남는 것은 사람들에게 베푼 선행뿐이다=시아버지 장례식장에 시아버지의 친척과 친구들이 찾아와 슬퍼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나의 죽음을 슬퍼해줄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2번째 습관은 마지막을 마음에 그려두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놓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결국 모두 죽는다. 우리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늘 염두에 둬야 할 질문이다.

탈무드에 세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무서운 왕의 부름을 받았다. 이 사람은 왕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 평소에 가장 믿고 있던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이 친구는 거절한다. 그 다음으로 친한 친구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지만 이 친구는 왕궁 입구까지만 같이 가겠다고 한다. 결국 그간 별로 연락도 하지 않고 소원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왕 앞에까지 함께 가달라고 한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 친구는 기꺼이 따라가겠다고 한다.

첫번째 친구는 돈과 권력이다. 두번째 친구는 어울리던 사람들, 세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왕은 죽음이다. 죽을 때 돈과 권력은 헛되고 헛되고 헛될 뿐이다.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도 무덤까지만 함께 갈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죽음 이후까지 남는 것은 선행이다. 그 선행으로 천국에 가고 못 가고는 다음 문제다. 선행은 죽음 이후에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점에서 오늘 쌓은 선행이야말로 죽음 이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다.

3. 배우자보다, 자녀보다 늙어 더 중요한 것은 근육이다=남자가 늙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마누라, 와이프, 부인, 집사람, 애 엄마이고 여자가 늙어서 필요한 것은 딸, 돈, 건강, 친구, 찜질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특별한 지병 없이 급격히 쇠약해져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니 늙어 가장 필요한 것은 근육과 치아란 생각이 들었다.

시아버지는 젊어 배를 탔다. 키가 크고 건장했다. 손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당신 팔에 매달려 보라고 할 정도였다. 수십년간 몸무게가 변함없이 유지됐다는 점도 자랑거리셨다. 실제로 돌아가시기 1년전까지 일을 하셨다.

일을 하시긴 했지만 돌아가시기 2~3년 전부터 쇠약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다 보니 근육이 없었던게 문제였다. 나이 들어 근육이 없는데 잇몸이 시원치 않으니 식사를 잘 못해 점점 살이 빠졌다. 근육 없이 살이 빠지니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했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소화가 안돼 음식량이 더 줄어 다시 살이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최근 헬스를 시작한 사람이 트레이너에게 들었다며 "나이가 들어 근육운동을 하지 않으면 뼈에서 살이 흘러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근육이 없어 살이 축축 늘어지면 척추와 관절까지 나빠져 움직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체력이 약해지게 된다. 부인이든 딸이든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지만 그보다 내 몸을 내가 자유자재로 움직여 다니는게 가장 좋은 일이다. 오래 사는 것을 떠나 마지막까지 팔팔하게 살려면 근육과 치아 건강이 최우선이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0세 넘어 살 뺀다는 사람을 만나면 말린다. 살을 근육으로 만들어야지 소중한 살을 왜 빼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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