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해법?.. 여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라

머니투데이는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 위미노믹스가 해법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서정아 머니투데이 부국장 겸 경제부장,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전문가 좌담] -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 위미노믹스가 해법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서정아 머니투데이 부국장 겸 경제부장(사회)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정 코어옵틱스 대표(이상 가나다 순)

머니투데이는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 위미노믹스가 해법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 없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도 없다.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의 경제 참여를 통한 경제성장)'는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발전의 키워드이고, 지속가능의 키워드다."

머니투데이는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 위미노믹스가 해법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위미노믹스'에 대해 좌담회 참석자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경제인구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여성인력의 활용이라는 것이다.


'위미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성인력이 마음 놓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나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여성인력들이 어렵사리 진입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전 세계적으로 '위미노믹스'가 뜨거운 화두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하 윤 장관)=우리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인력들을 다 써야한다. 산업인력 측면에서 보면 여성 인력을 어떻게 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이 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미래도 없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하 김 장관)=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750년에 한국이 아예 소멸될 수 있다고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고용률과 출산율,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게 선진국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출산율과 경제성장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길은 그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여성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사회=한국의 경우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유독 낮다.
▶김 장관=전통적 사고가 이어지면서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육아 부담이 여성고용율이 낮은 주된 요인이다. 매년 31만명의 여성이 직장을 떠나는데 이들 중 절반가량이 '육아'가 이유다. 여성고용률은 20대에는 남성을 앞서다 출산·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급락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가정양립이 매우 시급하다.

-사회=산업현장에서 실제 체감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윤정 코어옵틱스 대표(이하 정 대표)=당사자로서 아이를 둘 낳고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생산직이나 서비스업에는 여성 비중이 어느 정도 된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비율이 낮다.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는 위치에는 여성이 없다는 얘기다 .회사에 여성연구원 2명도 재작년에 출산을 했는데 당시 육아부담으로 복귀하지 못할까 겁을 냈다. 육아 문제를 해결한다면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등도 어느정도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이하 송 회장)=사실 중소기업에서 여성인력을 기피하고 있다. 가장 큰 장애는 편견이다. 아기를 낳는 것은 엄마가 낳아도, 육아는 부부가 공동 책임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보니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경제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보조자 정도로 생각한다. 가정이 우선이라는 편견을 사회적으로 깨야 한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의 인력수요에서 나온다. 여성인력이 수요자(산업현장) 측면에서도 필요한가.
▶윤 장관=과거 기계적인 대량생산 체제에서 최근에는 감성적 기술을 접목한 고객 맞춤형 생산방식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 중이다.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자)인 셰릴 샌드버그의 '고객의 절반은 여성이다'라는 말처럼 산업현장에서도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현실에서는 '공대 아름이'란 우스갯소리처럼 여전히 여자는 문과에 가야한다는 인식이 크다. 여성의 사회진출 통로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김 장관=연구개발 인력, ICT 분야 인력 등은 창조경제의 핵심인력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이공계 및 공과대학 진학률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여대생들의 사회진출 통로를 넓히기 위해 '여대생커리어개발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 '이공계 여대생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회=여성인력들의 경력단절 문제도 심각하다.
▶윤 장관=우리나라의 경력단절 여성은 이공계 약 27만명을 포함해 사회 전체적으로 약 197만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손실이 최대 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되는데, 우리나라의 한 해 정부 R&D예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사회=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중요한 해법이 '일·가정양립'이다.
▶김 장관=여성인력이 경력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가정양립'을 이뤄야 한다. 육아휴직제 등 남성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제도가 됐을 때 오히려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존 정책들을 현실에 맞게 더욱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가부의 '워킹맘·워킹대디지원센터'는 기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활용하되 맞벌이가정을 위해 주말 및 심야시간 운영하고 있다.

사정상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워킹맘·워킹대디들을 위해 올해 7월부터 기존 12개월까지 적용되던 '육아기단축근로제' 기간이 2배로 확대되고, 육아휴직기간도 3회로 나눠 쓸 수 있게 된다. 경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 나갈 예정이다.

-사회=수요자인 산업계 등에서 '자발적'으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윤 장관=산업의 자발적인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에 따른 기업의 업무공백과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육아휴직시 기업이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뱅크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산업계와 힘을 합쳐 시간선택제 일자리 적용를 확산하고 직장 내 여성시설 개선 등 여성친화적 고용환경 조성을 지원해 나가겠다.

-사회=이공계의 경우 경력복귀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송정희 한국여성공학인협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송 회장=산업부 지원으로 '직무공유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가 아니라 직무 공유다. 엔지니어링 등에서 핵심 업무가 있고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 그런 직무를 공유하면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라 일부 일을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장에서 볼 때 제일 큰 문제는 자신감이 없다. 자꾸 교육만 해달라고 한다. 교육만 받다 보면 차이가 더 커진다. 일단 발을 들여 놓는 게 제일 중요하다.

▶윤 장관=이공계는 발전이 굉장히 빠른 분야다. 직무공유제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애초에 경력단절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분석해보면 경력단절없이 지속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 자동차의 경우 전 세계에서 역할을 나눠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기업도 그런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을 해 놓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하고 나와야 하는 것은 나와서 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기업이 잘 하도록 정부에서는 인센티브도 주고 할 생각이다.

▶정 대표=맞는 정책이라고 본다. 여성공학인이라면 일에 대한 열정이 분명 있다. 기술에 한 번 빠지면 '꼭 이루겠다라'는 연속성이 있다. 그걸 국가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경력단절이 안될 수 있다.

▶김 장관=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력단절 여성 대책은 이미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어떻게 재취업 시킬까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경력단절 예방책이 포함됐다.

-사회=여성들이 복귀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송 회장=국가 연구개발 시스템도 굉장히 고도화 되면서 전문적 영역이 생기고 있다. 장비관리나 연구관리의 경우 해 본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경력복귀 일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시니어 여성공학인들의 경우 학교에서 진로상담사 같은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여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 대해 알려주고 상담도 해주면서 편견을 깨는 거다.

-사회=여성인력의 경력복귀를 돕기 위해 최근 경기테크노파크(TP)에 공동직장어린이집 설립하기로 했다.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윤 장관=여성연구원들이 중견기업까지는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지금 정책으로 추진하는 게 TP에 보육시설을 갖추는 거다. 공공기관과 연계된 보육시설의 수요가 있는 곳이 많다. 보육시설 하나 잘 갖춰 놓으면 엄청나게 많은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 한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며 창출하는 가치라는 부분이 극대화되려면 사회적 시스템과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 장관=앞으로는 신규 빌딩 허가를 내면 그 빌딩에는 무조건 어린이집이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 이용자는 빌딩에 입주하는 모든 사람이 같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요가 있어야 어린이집이 세워지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이 세워지면 거기에 맞는 수요가 창출된다.

-사회=경력단절 여성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장관=지금까지 경력복귀 프로그램은 찾아오는 분에 한해 가동해 왔다. 솔직히 경력복귀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대상에게까지 확대하지 못했다. 앞으로 '집 안'에서 고민하는 여성들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끝으로 '위미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
▶윤 장관=산업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여성 연구인력을 산업현장에 보내는 프로젝트다. 3년 전만해도 여성연구원 3000명이 산업현장에 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적극 지원한 결과 지난해에 4700명으로 늘었다. 2017년 여성연구원 5만명 시대 돌파하는 게 목표였는데 1년 앞당겨 질 것 같다. 현재는 2017년도에 5만5000명을 목표로 한다. 한 번 바람을 타면 더 가속화 된다. 경력단절을 예방하거나 경력단절 인력이 재취업하는 부분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겠다.

▶김 장관=여성인력 안에서도 다양한 전문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 더 섬세하게 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개발 인력 등 특수 분야의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종 지원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게 현장형으로 더 노력을 하겠다.

▶송 회장=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본인들이다. 시스터쉽, 혼자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주변 세 명만 모여도 공통의 문제가 된다.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여성인력 문제는 기업에게도 필요한 분야다. 장기적으로 볼 때 여성인력들이 함게 교육도 받고 하면서 사회적 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급하다고 서두르지 말고 기본 토용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

머니투데이는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 위미노믹스가 해법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사진=김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