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투자, '기회'냐 '덫'이냐…엇갈린 증시 전망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시장에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덫'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고 보도했다.

낙관론자들은 신흥국 증시가 최근 흔들리긴 했지만 세계에서 여전히 가장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는 신흥국의 장기적인 수익 증가세로 증시 전망도 밝다고 본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신흥국 증시가 최근 겪은 부침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대표하는 MSCI 신흥시장 지수에 2010년대 말 투자했다면 14%의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 증시를 대변하는 MSCI 세계지수는 같은 기간에 35%의 수익을 냈다.

비관론자들은 신흥시장 기업을 위협하는 악재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악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시장에선 FRB가 다음달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몰리는 배경으로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 통화를 압박하게 된다. 아울러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려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경제를 위협한다.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이미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시장 전략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신흥시장과의 연애는 이제 끝났다"며 달러 약세, FRB의 통화완화, 원자재 강세, 세계 경제 성장세 등 그동안 신흥국 증시를 떠받친 요소들이 모두 반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시장을 지지한) 다리들이 약해지거나 이미 부러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련의 악재로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수요가 준 게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흥시장의 주가 수준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은 지난 4월 15배에서 최근 12배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23개 선진국 증시가 반영된 MSCI 세계지수의 PER은 현재 18배 수준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MSCI 신흥시장 지수가 향후 2년간 반등하겠지만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안정 조짐을 보이고 원자재 가격이 점진적으로 회복돼 신흥국 증시의 선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관론자로 유명한 제레미 그랜덤이 설립한 GMO도 신흥시장의 장기적인 수익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진단했다. GMO는 신흥국 증시가 향후 7년간 연간 4.6%의 수익률로 미국 증시의 연간 수익률 1.1%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신흥시장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단기적인 악재의 역풍이 아직 맹렬하다고 본다.

앤드류 밀리건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글로벌 투자 전략 부문 책임자는 신흥국보다 선진국 증시를 선호하는 강도가 몇 개월 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면서도 신흥시장에 대한 유일한 관심사는 주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회복 없이는 신흥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며 신흥국 증시의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중국발 악재 등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처럼 경제 구조 등 환경이 다른 국가들을 신흥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어 투자하는 데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FRB가 예상과 달리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 신흥시장을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에서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아자이 라자드야크샤 바클레이스 글로벌 거시 투자전략가는 "신흥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고 국제 무역 전망이 개선되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 레이들러 HSBC 글로벌 주식 투자전략가도 "당장 신흥시장의 급격한 추세 반전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